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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 보고 싶어. 이전에도 말한 적 있는 것 같아. 방 크기 자체가 그렇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은데-내 방이 조금 크긴 하지.- 이상하게 네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곁에 사람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쓸쓸한 일인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어. 들리는 것이라고는 조금 거슬리는 내 숨소리와, 바람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가 전부야. 이렇다 할 대화 상대가 있는 게 아니니 요즘은 말도 더 줄어버린 것 같아. 부모님과 하는 대화는 언제나 똑같은 것들 뿐이고,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별로 나와 취미가 맞는 것 같지 않거든. 대화라고 부를만한 걸 나누는 건, 드물게 나누는 편지가 전부인데 마음 놓고 편지를 보낼 수도 없어서 조금 답답해. 그냥 내가 답답하다는 거야. 너도 답답하겠지만, 미안해. 연락 끊기지 않도록 하루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고 싶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 미안해.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 미안해. 내 무력함을 하루하루, 새롭게 깨달아가고 있어. 아버지가 네게 손을 뻗을까 두려워. 난 지금도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데, 이보다 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나는, 나는 어떻게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 아직 죽지 않으니 살아있는 게 맞겠지만, 되려 하루하루 죽어가는 기분이 들어.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써봤자 나는 또 편지를 보내지 않겠지. 보낼 수 없겠지. 그러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네가 몰랐으면 해. 평생. 바다에 가고 싶어. 내가 했던 얘기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바라던 미래 말이야. 나는 한적한 바닷가가 보이는 곳의 집에서 살고 있고, 적어도 그 때의 나는 혼자가 아니리라는 꿈. 언젠가는 이루어지겠거니, 하고 기약 없는 미래를 자꾸 상상하게 돼. 누가 내 옆에 있든, 맞아, 내가 편히 여겨 좋아하는 사람일 테고.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는… 그런 생각을 했어. 조건에 너무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 같다는 생각 들지 않아? 네가 바닷가를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 너는 여전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날 테지만… 호그와트에서 지내던 시절처럼 같은 공간에서 잠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의 얼굴을 가장 첫 번째로 보고, 식사를 하며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잘 상상이 가지 않는 하루를 보낸 후에는 또다시 같은 곳에서 밤을 맞게 되겠지.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도무지 이루어질 것 같지가 않아….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짧은 연락을 할 수조차, 너를 보러 직접 갈 수조차 없는 내가 원망스러워질 정도로. 사실 나 매일 울어.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이런 말 하면 좋아하지 않겠지. 매일 밤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무너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한가봐. 조금 더 용기가 있었으면, 조금 더 스스로에게 당당했으면, 조금 더 건강하고 단단했으면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같은, 후회만 가득이고…. 역시 이 편지는 네게 보낼 수 없겠어. 새벽이라서 그런가봐. 이상하게 감성적이네. 그래도 말이야, 나는 꽤 잘 지내고 있어. 요즘은 그렇게 아프지도 않아. 최근에 약의 배합을 조금 바꿨는데 꽤 잘 듣고 있는 것 같거든. 프림이 그리운 건 매한가지어도, 예전만큼 슬프지도 않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 아버지 몰래 그린고트에 계좌도 하나 만들었어. 언젠가 혼자 살게 될 때를 위한 대비책이라고는 해도… 아직 돈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어. 여전히 집 정원에는 꽃이 피어. 어머니가 사랑하시는 장미만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꽤 기분이 좋아지니까. 보존 마법을 걸어 두어서 겨울에 눈이 내려도 여전히 만개한 상태 그대로야. 눈이 쌓인 장미도 아름다워. 하지만 어쩐지 조금은 어색하더라. 겨울이면 지고, 여름이면 피어나는 자연 그대로의 꽃을 보고 싶은지도 모르겠어. 시간이 지나면 지나는대로 피어나고, 시들고, 꽃이 떨어지고… 하는 모습 말이야.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거니까. 아, 눈 내린다. 네가 있는 곳에도 이곳처럼 눈이 내리고 있을까. 졸업 이후로 벌써 몇 번의 계절이 지났는지 몰라. 내내 이 집에서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바깥에 나가, 호그와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방학은 길어봤자 세 달이었지. 예전에는 그 세 달도 너무 길어서, 견디기 힘들었는데. 세 달은 커녕 벌써 몇 달, 몇 년이 지났는지. 참 예전 일만 되새겨 보는 것 같지만, 그래. 역시 졸업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연회장에는 신입생들이 몇십 명은 더 새롭게 들어왔겠지. 우리가 7년을 쓰던 방에도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왔을까. 어떤 아이들이 들어왔을지, 상상해본 적 있어? 나는 가끔 궁금하더라. 이름도 얼굴도 모를 그 아이들도 호그와트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너처럼 공부하느라 밤 새는 룸메이트가 언제 들어오나 시계 보며 기다리다가 깜빡 자 버리는 아이가 또 있지는 않을지. 조금 더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둘 걸 그랬어. 생각보다 7년이 짧아. 하나하나 되새기다 보면 금방이어서, 되짚어 볼 것들이 더 남아있지 않아 아쉬워져. 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어도 나는 만족하지 않고 있었을지도 몰라.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어. 1학년 때, 고집을 부려서라도 같이 바다에 갈 걸. 조금 더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휴일에 학교에 남아 있을걸. 방학 동안에도 너를 자주 만났어야 했는데, 같은 생각들 말이야. 봐, 나는 또 이러지. 계속 과거만 되짚고 있어. 매 순간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다른 곳에 있었을까. 조금 더 자유롭고, 내가 바라는 것들을 원하는대로 행할 수 있는 곳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무의미한 상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리 가정을 해 보아도, 지금의 나는 이곳에 있을 뿐이니까. 과거는 그만 생각할까. 바라는 미래를 계속 생각해볼까. 어머니와 아버지를 상처입히게 될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선택으로 이 집을 나가서, 바닷가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고,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서……. |
* 공미포 3905자.
보이스 메일 - 유리디스 P. 언더우드 (0) | 2018.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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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미포 3257
* * *
1958년의 여름, 사람 드나들 일 없어 지독할 정도로 고요했던 저택에 낯선 이들의 발자국이 참 많이도 찍혔다. 짙은 금발을 지닌 권위적인 얼굴의 중년 남성, 기묘한 안경을 쓴 키가 조막만한 노인, 막 학교를 졸업한 듯 여즉 얼굴에 어린 티가 남아 있는 한 무리의 학생들과, …하여간 기억도 못 할 정도로 참 많은 사람들.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묻는 말에 다정한 그의 어머니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하였다. 아버지를 도와줄 사람들이란다. 수많은 사람들의 주축은 아버지였는지 서로 오가는 줄도 모르던 사람들이 우연히 이 저택의 복도에서 만나게 되면, 그 얼굴에 화색을 띤 채 오랜만입니다. 인사를 하며 단단한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를 볼 때면 하나같이 묘한 표정을 그린 채 이리 말하기 마련이었다.
네가 로보루스의 다음 후계자라고?
그러면 어찌 대답할지 모르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어색하게 웃는 것이 전부인 열넷의 아이. 허나 사람들은 이러한 미숙함에 관심도 없어 잘 지내라 예의 상의 인사를 남기며 그의 아버지에게 가 버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아이는 언제나 훅 끼쳐오는 기묘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해묵은 양피지의 냄새, 짙은 잉크 냄새, 입에 머금으면 싸한 여운을 남길 법한 식물의 쓴 냄새, 증기 냄새, ……. 아, 떠올랐다. 이 기묘한 냄새는 낯설고도 익숙하여 이미 열네 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러니 호그와트에서도 맡을 수 있는, 그 고성의 지하에 위치한 마법약 교실에 퀴퀴하게 가라앉은 냄새.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생각들이다. 수많은 논문을 읽고 적으며 마법약 연구를 하던 아버지의 뒷모습, 이제는 거진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어 익숙해진 여러 가지 종류의 허브들, 양은 냄비 안의 액체가 부글부글 끓는 모습 등.
앞으로는 너도 친밀하게 지내야 할 사람들일테니, 소개를 해 주겠단다. 다정한 어머니의 말씀이 이어졌다. 금발의 남자에게 시선이 닿는다. 래쉬드 체스, 유명한 포션 마스터로 마법학 학회의 권위자란다. 이전에도 아버지와 몇 번의 연구를 같이 한 적 있지. 기묘한 안경을 쓴 노인을 바라본다. 미스 벨벳, 이상한 이름이지? 당연하게도 본명은 아니란다. 유감스럽게도 유리에게도 본명은 알려줄 수 없어, …저 분은 기자란다. 'The Uroborus' 신문사의 대표를 맡고 있지. 어린 무리의 학생들. 덤스트랭 마법 학교의 최근 졸업생들이구나. 미스터 체스를 통해 아버지의 실험을 도와주러 왔지.
무슨 실험을요?
…설명하기 어려운데, 유리가 이해할 수 있겠니?
음, 아니요. 괜찮아요. 아버지의 일이라면요.
또다시, 1958년.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을 시기를 지나 약 한 달 후의 한여름. 쉴 새 없이 방문을 잇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드물게 금발의 중년 남성만이 얼굴을 비추던 때. 나쁜 습관이 들어 한밤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에 들지 못하고 눈만 끔벅이고 있으려니 너른 저택에 오가는 소리가 기묘하게도 귓가에 아른거려, 잠이 오지 않으니 몰래 우유라도 한 컵 마실까 싶어 유리디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요정을 시켜 우유를 부탁한다면 금방 어머니께 그 소식이 닿고 말 터였다. 직접 간다 하여도 마냥 들키지 않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때로는 밤 산책이 문득 끌리는 날도 있는 법이었다.
계단을 두 번 내려가, 집요정의 손길만이 닿은 부엌에서 시원한 우유를 한 잔 따라 마시고, 어쩐지 어두운 복도가 스산하여 두 손을 맞잡아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쳤다. 저 너머에 가느다란 빛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의 서재였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버지와 어머니 두 명의 목소리가 아닌 세 명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라. 손님이라도 왔나? 이 시간에? 호기심 이기지 못 하고 아버지의 서재 가까이에 가면, 아, 그 사람이다. 아버지의 연구 동료라던 사람, 이름이 래쉬드 체스였나?
"발표를 한다면 하루 빨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인다만."
중후하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라서,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와 타협했다. 그러니 시작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순한 호기심이었다는 말이다. 느릿한 어조로 남자와 아버지의 대화가 이어졌다.
"심사는 끝났습니다. 학회의 사람들도 마냥 모른 체 할 수는 없겠지요."
"머글 태생 작자들이 문제다만, 그 쪽은 내가 어떻게든 손을 써 보도록 하지."
"아무렴요. 학술지 발표는 언제라고 그랬지요?"
"나흘 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잘 된 일입니다."
"멍청한 잡종 놈들. 그런 인간들을 함께 두어 보았자, 사회의 퇴보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지."
"호그와트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들었다. 여론이 좋지 않더군."
이어지는 목소리는 여성의 것으로, 아이에게 읊는 다정한 어조 그대로의 향을 지니고 있었다.
"경우 없는 일이에요. 우리 아이가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런 무모한 짓을, …호그와트에는 유리와 같은 아이들도 수없이 많은데 말이에요."
"실수로라도 죽은 것이 마법사의 아이가 아니어 다행이지. …중요한 것은 여론이다. 명목만으로써의 값싼 평등을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졌어."
"예, 압니다. 그러니 우리의 행동이 이어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체스."
"로보루스."
"듣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네를 지지하고 있네."
"감사합니다."
카페트 위 의자 끄는 소리가 미미하게 들려온다. 급히 숨을 들이키고, 어두운 복도 사이로 몸을 숨기려는 순간.
"그것보다, 미스터. 유리를 조금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디아나, 당신도 참.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고."
낯선 말들이 이어진다. 집안에 이어지는 병이, …아이의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일찍 사망했고,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으며, 마땅히 짊어져야 할 짐으로, …….
"―소중한 후계예요. 같은 핏줄끼리 혼인하여 아이를 낳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지는 잘 알지만, 아시잖아요. 어느 누가 거짓으로 저급한 머글의 피를 이 핏줄에 섞을 지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하겠나요? 아이 아버지도 똑같은 병으로 죽었어요. 이런저런 대처는 다 해 보았지만, 당초 허약하기만한 몸일 뿐이라서. 로보루스의 병에 대하여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포션 레시피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고민이랍니다. 디아나를 부디, 도와 주셨으면 해요. 사랑하는 아들이 아픈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겠어요?"
눈물 섞인 여자의 말에 남자는 흔쾌히 긍정을 표하였다.
"로보루스와 연구를 더 해 보겠으니 걱정하지 말게. 소중한 피를 이은 아이가 아닌가."
깜빡, 깜빡. 졸음 가득한 눈이 버겁게 움직인다. 색색 내쉬는 숨소리가 낯설 정도로 크게 들려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유리가 아픈 건 그 아이의 탓이 아니에요. 우리의 업보인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으니까요. 저희는 그 아이를 사랑해요. 울음 섞인 어머니의 목소리가 쨍하게 귓가를 울린다. 문득, 더이상 이 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스쳤다.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계단을 두 칸씩 밟으며 방으로 돌아갔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여전히 잠 오지 않는 눈을 크게 떠 본다.
그로부터 나흘 뒤, 애프터눈 티 타임을 즐기는 모자母子의 테이블에 두툼한 양피지 뭉치가 하나 올랐다. 여자는 퍽 기쁜 낯으로 두툼한 양피지 뭉치를 뒤집어가며 연신 자랑을 해 대었다. 이걸 보렴, 유리. 아버지께서 새로 쓰신 논문이란다. 장장 8년에 걸친 연구의 성과가 이 논문에 들어 있어. 다정한 여자의 목소리가 또박또박 글을 읊었다.
"제목, '마법사의 교육 시기와 고등 마법약 제조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
마법사의 교육 시기와 고등 마법약 제조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 저자 디아나 로보루스, 래쉬드 체스 발행처 영국마법약학회 1958.8 머글 태생 마법사들의 늦은 교육 시기와 그들의 낮은 교육 성취도는 고등 마법약 제조에 있어 대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중략)…… 머글 태생 마법사들의 이른 마법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점과 그들의 근본적인 '마법 실력'의 불명확성에 근거를 두어, …… (중략)…… 결과적으로 고등 마법약 제조에 있어 포션 메이커의 혈통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
* 공미포 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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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안에서만 보내던 만으로 십일 년의 시간이 거짓말 같게도, 처음으로 발걸음을 내딛어 걷게 된 세계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더 넓어서 그 시절의 나는 모든 곳들 바라보는 일을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도 마법이 놀랍다거나 시작하게 된 공부들에 생경함을 느끼게 될 리는 없었으니 역설적으로 시선을 붙잡는 것은 그와 다른 것들이라, 예를 들면 이 넓은 세계 속 운명처럼 만나게 된 몇십 명의 친구들, 그들이 지내온 시간들과 각기 다른 관계들, 접할 기회조차 없었던 '머글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 다만 영영 가보지 않을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 밖의 사항이었으니 눈 앞에 자리한 존재들에 대하여 이유 없는 호감과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가령, 깃펜보다는 연필을 자주 쓰는 어린 친구들. 가령, 부엉이 우편에 대해 별다른 호기심을 갖는 아이들. 가령, 호기심 자극하는 수많은 종류의 마법 잉크에 대한 이야기에 새삼스럽게도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라든지.
좁은 세상이 한순간에 넓어지고, 넓어진 세상에 낯선 얼굴들이 들어왔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으며, 같은 주제로 볼을 붉히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세상에 처음 발 내딛은 철 모르는 강아지처럼 이도 좋고 저도 좋아 마냥 순하고 수용적인 모습 보이는 사람이 되었건만 그래, 사람인 이상 그 시선은 마냥 고르게 분포되어 있을 수는 없었다. 매일 아침 잠에서 덜 깬 얼굴을 마주하는 기숙사 친구들은 특별하지. 그러니 프림도 다른 색 망토들보다 노란 망토들 입은 사람들을 더 따르는 것 아니겠어. 우연일지 운명일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 친구들은 또 어떻고?
또, 또 말하자면. 처음 이 공간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같은 공간을 나누어 쓰며 고요한 밤 시간을 나누게 된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더욱 더.
단 하나 확실히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경험 그 자체라, 순진하여 어리기만 했던 열한 살 어린 아이가 순식간에 커 버리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라 할 수도 없었다. 각기 다른 책임감과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마주하며 그것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망설임 없이 수많은 색들을 삼키고 소화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너희들의 자유로움이 부럽다. 때로는 너희들의 책임감이 존경스럽다.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조금 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높은 나무 가득한 숲에 둘러싸여 아늑한 그 저택은 여전히 충분히 사랑하고 있었지만, 사람 참 간사한 것이 한 번 겪은 일들을 쉽게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 이곳에 머무를 적 가족 이야기를 자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그리워한 적 없었건만, 너른 저택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면 나는 언제나 버릇처럼 노란 불빛 피어오르던 공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여름, 드물게 오고 가는 편지를 붙잡고 한참동안 답장을 고민했다는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고양이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버린 새벽, 스스로의 다리에 걷어차여 침대 저 아래 바닥에 떨어져버린 이불을 보며 문득 두 명 함께하던 방에서 함께 맞던 이른 아침의 일을 회상했다. 충만하게 가진 것에 만족하며 단 한 번도 부족함 느끼지 않았던 과거 자신의 모습이 거짓말 같게도 유난히도 낯선 스스로의 모습은 만족하지 못 하고 감히 외로워하던 욕심쟁이. 뭐 하고 지내? 보고싶다. 쓰다가도 빳빳한 새 편지지 차곡차곡 접어 버린 것도 한두 번 일이 아니었다. 부끄러우니 대고 드러낼 수는 없는 모습이었다만, 하여간 참 낯설 정도로 새로운 자신의 이면이었다. 처음 필요한 것은 친구라는 존재, 밋밋하게 단편적인 단어였지만 그 속에서 구체화되어 명확한 모습을 그리게 된 이상 그것은 더이상 단편에 머무를 수가 없다. 말하자면 눈 앞에서 불꽃 일며 퍼져 가는 시간, 손에 쥘 수 있는 욕심의 형체를 한 물질이었으며, 단단하게 묶여 버린 이름 없는 사슬과도 같았다. 너의 생각보다도 특별했으며, 나의 생각보다도 중요했다.
나라는 존재는 사랑하는 부모님의 소유와도 같으니 그들의 말이라면 무엇 하나 거부하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되리라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 부르기에는 분류가 다르며, 다만 친구라고 정의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사람에게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변명과도 같은 이유는 붙일 필요 없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정답이니,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으니, 스스로의 마음에 한계와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다만, 한계라고 부를 것이 단 하나 있었다면.
"…응, 졸업할 때까지 내내 함께야."
그 순간 문득, 자신의 한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새삼스레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것이 언제나 눈 앞에 있던 얄팍한 불투과 막과도 같은 것이 얼굴에 닿는 감각을 이제야 인식한 것이 전부였던 탓이다. 네가 문득 아래를 보아서 다행이다. 찰나, 낯설게도 굳어버린 얼굴을 빠르게 거두어낼 수 없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경계는 이제껏 생각하고 싶지 않아 무시해 온 현실이라, 보이지 않는 커튼을 걷어내듯 서둘러 네 손을 붙잡았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제서야 햇빛에 눈 녹아내리듯 어렴풋이 긴장한 표정을 풀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애써 우리 올해 함께 맞을 크리스마스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기숙사 휴게실에는 언제나와 같은 따뜻한 온기가 가득할 테고, 한참 늦잠을 잔 이후에 일어나 준비한 선물들에 둘러싸여, 테이블에 주인 없이 놓아져 있는 달콤한 사탕이라도 하나씩 입에 물고…….
* 공미포 203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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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두툼한 이불을 턱 아래까지 당겨와 덮는다. 방은 어둡고, 주변은 고요하고. 그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몸살과 병증에 대처하는 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머리 아프게 눈을 찌르는 불을 모조리 꺼 버리고, 폭신한 이불을 덮고, 조금은 날카로운 숨소리에 집중한 채 잠에 빠져들기만을 기다린다. 그 숨소리보다도 고요한 사람이 곁에 있었다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터였으나 유감스럽게도 조금 이른 저녁, 다른 이와 함께 쓰는 방에는 그 혼자 뿐이었기에 홀로 쓰기에는 조금 넓은 방 비어 있는 공간이 이유 없이 눈에 밟혔다.
그러니 평소처럼 잠에 금방 빠져들 수 없었으며, 따뜻한 털뭉치 품에 안고 안정을 취해보려 하여도 고양이 프림은 기운 차게 저녁 산책 중인 터라 결국 이 넓은 방에는 혼자 뿐. 먼지 굴러다니는 듯 거친 숨소리 몇 번 이어지더니 마른 기침을 네 번 이어 뱉는다. 잠에 빠져들지 못 하여 머릿속을 기어다니는 것은 쓸데없는 사념 뿐이라 청색 빛 어둠 감도는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생각들에 쉽게도 몸을 맡긴다.
좋아하는 스포츠도 직접 못 해, 이런저런 제약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허약한 몸 타고난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원망을 해 본 적은 없었으니 다만 때때로 의문이 드는 것은 낫지 않을 병을 앓다 결국 일찍 단명하고 말았다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들. 어머니는 평균적으로 건강하여 발갛게 달아오른 젊은 뺨이 언제나 사랑스러웠으니, 자신의 체질에 유전적인 영향이 있었다 가정한다면 그것은 결국 생물학적 아버지에게서 기인한 요소일 터였다. 두 살, 세 살? 기억도 나지 않던 어린 시절 보내버린 아버지의 얼굴은 학생 시절의 사진으로만 남아 있으니 그마저도 자기 자신의 기억이라 확신할 수 없다. 아버지를 '알고' 있다고 확언하여 말할 수는 없었건만, 이 형체 모를 그리움은 과연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아버지를 그리워해도 되는지,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감히 말해도 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의문이 들 뿐이다.
사랑과 관심의 시작은 작은 궁금증 피어오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 적어도 그 시작만큼은 옳을 터였다. 아버지, 당신도 이런 불편하고 거슬리는 병을 앓았는지. 입 열지 않은 채 아픔에 대한 말들은 속으로 삭혀 홀로 참는 것을 선택하였으나 그것도 또한 언제나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기에, 아버지 당신이 앓아 죽기까지 한 병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당신을 단 한 번도 기억하지 못 한 내가, 당신의 병을 닮아갈 것을 알고 있었는지. 만약 당신의 병이 나보다 심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당신은 그 고통을 어떻게 참고 감내했는지.
…고작 이런 단편적인 의문들,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배려가 부족하다. 건조해 마른 눈꺼풀을 끔벅이며 그를 사랑한다는 근거를 감히 찾으려 했던 자신을 질책한다. 하지만 이 형체 없는 그리움을 끝내기 위해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아주 먼 미래 죽음이라는 영원이 찾아온 이후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 기억조차 못 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지고도 가지지 못 한 하나를 욕심내는 자신이, 그 얼마나 오만하고도 이기적인 사람인지. …….
끝없이 꼬리를 물어가는 사념을 또다른 기침 소리가 멈추었다. 정자세로 누워 있던 몸을 모로 돌리고 웅크려 다리를 모아 잡는다. 청색 사념은 스스로를 갉아 먹을 뿐이다. 되새기며 눈을 감는다. 잠을 자자, 잠을 자자. 꿈도 없는 편안한 잠을. 죽은 것처럼 잠에 빠져들면, 어쩌면. 어쩌면, …꿈에서라도.
* 공미포 1267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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