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장



(@cm_cepp 님의 커미션입니다.)

이름 유리디스 P. 언더우드 (Eurydice Primrose Underwood)
나이 28세
성격 [변치 않을 다정함] [침묵하는] [공허한] [위태로운]
  
기타사항
1. 본래의 이름은 유리디스 P. 로보루스(Eurydice Primrose Roborus). 20세기 중반의 영국 마법사 사회, 극단적인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지지하는 사랑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가족을 제외한 타인을 만나지 않은 채 외부와 단절된 유년 시기를 보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만 열한 살이 되어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한 이후가 처음, 후플푸프 기숙사에 배정되어 7년 간의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된다. 부모님은 변함없이 머글과 머글본 마법사 등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고 그들을 배척하고자 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여러 친구들과 교류하고 지내며 유리디스 그 자신의 생각은 점차 변화하게 된다. 그들의 생각이 명확하게 옳지 않다 판단하게 된 것은 졸업 학년 직전의 방학 즈음. 아버지는 그의 아들이 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이후 그와 같은 길을 걷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바람을 충족시킬 수 없으리라 어렴풋이 느끼게 되며, 부모님의 뜻과 올바르지 않은 관념에 묶이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보내고자 가출 아닌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1-1. 7년 간의 학창 생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한 이가 있다면 그건 단연코 한 사람 뿐, 퀸 퍼듀가 유일했다. 기숙사 배정 이후 2인실에서 함께 지내게 된 7년 동안의 룸메이트. 유리디스 로보루스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던 가족을 잠시간 멀리하고, 4학년 이후로부터 크리스마스 방학 2주 동안 본가에 돌아가지 않고 학교에 남게 된 유일한 이유. 행복하기 마련인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그를 넓은 방 안에 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로 가족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고르게 되었다.
1-2.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지지하는 로보루스 가문은 순수한 마법사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암묵적인 근친혼을 일삼아왔다. 무차별적인 근친혼의 부작용은 같은 피를 공유하는 이들의 유전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유전병은 로보루스 가문에 있어 각 정도가 다른 폐병으로 발발해왔다. 단순한 고질병인줄 알았던 자신의 병이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14살 즈음이었으며, 16살이 되어 병의 발작이 일어 한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게 된다. 그에 따른 공포와, 순수혈통 자체에 대한 의구심, 기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부모님과 가문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게 된다.
1-3.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디스 로보루스는 그의 부모님을 원망하지 못 하여,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결심한 것과 달리 모질고 독하게 가족을 벗어나지 못 하고 차일피일 독립을 미루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2. 1964년 겨울, 차일피일 미루던 독립을 시행하게 된다. 호그와트 졸업 이후 3년의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아버지에게 자신은 그와 뜻이 다르다는 생각을 전했다. 아버지는 크게 분노하며 그를 가두었다. 어머니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아버지 몰래 집을 나와 가출 아닌 가출에 성공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와 함께 종종 얼굴을 비추던 학회가 있었으나 그 시점 이후로는 유리디스의 행적이 보이지 않아, 그의 약한 몸을 아는 이들은 유리디스 로보루스가 혹 죽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을 무심코 퍼뜨리게 된다. 도망친 유리디스가 도착한 곳은 친우의 손을 빌려 도버의 해안가에 준비해놓은 작은 집이었다. 도버의 해안가, 이후 가명을 사용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떠한 소문이 도는지, 자신에 대한 소문이 났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그 소문이 난 것처럼 죽은 양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살 생각이었다.
2-1. 다만 예외가 있었다면 자신의 결심을 처음으로 말하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약속했던 한 사람이었다. 아무에게도 자신의 소식과 도버 해안가의 집을 알리지 않았건만, 모르는 척 잠적하여 소식 감추는 일을 퀸에게는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찾는 편지에 답신을 보냄으로써 졸업 이후 약 4년, 재회하게 된다. 어렴풋이 느끼고만 있었던 자신의 감정에 대해 명확한 자각을 하게 된 것도 그 순간이었다. 이기적인 욕심이 섞인 감정을 언제부터 그에게 품고 있었나 묻는다면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다. 허나 이미 오래 전, 4년 간의 공백이 자리하기 전부터,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다만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을 자각하게 된다. 
2-2. 도버의 바닷가에서 소소한 포션 판매업을 하며 생활하게 된다. 그렇게 지내게 된 몇 년의 시간들. 1966년, 일 관계 상 알고 지내던 머글 태생 마법사 부부에게서 반강제적으로 그들의 어린 아이를 떠맡게 된다. 곧 돌아오겠다며 신신당부를 하고 떠난 부부는 그 길로 아이를 되찾으러 오지 않았다. 반 순수혈통 우월주의 활동을 하던 이들이 어디선가 연고 없이 죽어버렸으리라, 비관적인 예상만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이의 이름은 라이라 언더우드(Lyra Underwood).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된 아이였다지만 모른 체 보육원에 아이를 넘기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낯선 육아에 헤매기도 잠시, 어쩌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곁에 있는 어린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평생 아이 가질 일 없을 테니 이것이 부성애인지, 무엇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독립 이후 성을 쓰지 않고 지내던 와중, 아이의 뜻에 따라 유리디스는 아이를 따라 그의 성을 언더우드Underwood라 스스로를 지칭하게 된다.
2-3. 세간의 흐름을 모르는 척 하며, 가문에서의 독립 이후 그 흐름에는 절대 발을 담그지 않은 채 지내자 결심했던 때도 있다. 거대한 흐름에 맞설 힘도 없으며 그에 따른 용기도 자신에게는 부족하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모른 척 할 수 없으니, 그에게는 자신의 손으로 어떻게든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 순수혈통 우월주의의 흐름이 더 강해지는 사회를 외면하며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자신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학창 시절이 그러했듯 사랑하는 아이도 또한 행복한 기억만을 안고 지내길 바라고 있었다. 흐름에 맞서는 작은 단체에 들어간다. 1971년, 기회를 노리고 있던 단체의 일원으로써 혁명에 참여한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라이라를 맡기고, 어떤 일이 있어도 돌아오겠다 아이에게 맹세했다. 돌아오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3. 전쟁은 약 2주 간 진행되었다. 애초의 흐름이 혁명하는 이들에게 오지 않아, 시작부터 패전의 빛이 짙은 싸움이었다. 기적을 바랐지만 이도 또한 바람일 뿐이었기에 예상과 달리 흐름이 방향을 트는 일은 없었다. 혁명을 주도한 이들의 패배였다. (*트위터 자캐 커뮤니티 '니케의 기록' 오피셜 엔딩입니다.)
3-1. 여전히 당연하게도, 퀸은 같은 뜻을 품고 자신의 곁에 있었다. 몇 년 전 자연스럽게 자각했던 자신의 감정은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 내면을 이루고 있었다. 도망칠 일이 생기더라도 그러지 않으리라, 도망칠 수 있더라도 끝까지 맞서 싸우리라. 몇 년 내내 봐 왔던 모습이 그러했듯 여전히 퀸은 그 다울 것이라고,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전장 속 가까스로 죽음을 피한 채 찾아온 얼굴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자신이 아닌 타인의 죽음이 두려워진 것은 처음이었다. 운이 좋아 첫 번째 고난은 넘겼지만, 그 행운이 내내 지속되어 이 전쟁 어딘가 자신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퀸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순간, 참을 수 없는 공포가 일었다. 돌아온 퀸을 붙잡고 무작정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죽음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 말이 그러한 그의 결심을 잠깐이나마 흐트러뜨릴 수 있기만을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네가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면 나도 또한 그러리라, 전쟁 속 너와 나의 죽음을 목전에 두어도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우다 함께 죽으리라, 꿈 같은 생각을 홀로 맹세했다. 오래지 않아 사랑한다는 말은 되돌아왔다. 너의 감정이 나와 같이 이기적인 욕심을 동반한 감정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3-2. 혼자만의 맹세를 할 적,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자신을 이 곳으로 오게 만든 그 아이었던지라 혼자만의 그 맹세는 끝내 지켜지지 못 한 채 무산되었다. 전쟁의 끝은 혁명의 실패였다. 목숨 부지한 채 머물러 있어도 그 끝은 죽음 뿐이리라. 너와 같은 죽음을 맞이해야지, 포기와도 같은 마음을 먹으며 머릿속을 스친 것은 자신을 내내 기다리고 있을 어린 아이였다. 라이라.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미 부모의 상실을 겪은 그 아이에게 똑같은 경험을 줄 수는 없었다.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끝까지 맞서 싸우는 퀸을 전장에 둔 채 자리를 떴다. 함께 있겠다고 했으면서 네 마지막 모습조차 눈에 담지 못 했구나. 죄책감과 죄악감이 한데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이 속을 온전히 채우고 있었다. 도버의 바닷가로 돌아와 아이를 안아주며 울며 말했다. 돌아왔어, 하고. 평생 이 아이만을 위해 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3. 아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영국을 벗어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사람 적은 곳에 자리잡아 일상이라 부를 것을 조금이나마 되찾고 나니 함께 보내자 약속했던 크리스마스는 지나 1972년의 새해가 밝아오더라. 퀸이 선물해 주었던 목걸이는 보는 것조차 버거워 서랍 속에 꼭꼭 숨겨 넣어 두었다. 견디기 힘들어 아무것도 어깨 위 얹고 있지 않은 양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무너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머릿속 사고체계가 단순해져갔다. 봄 같지도 않은 봄을, 여름 같지도 않은 여름이 지나,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어서야 간신히 그의 흔적을 되짚을 여유가 한 줌 생겼다. 집 근처의 또래 아이들과 썩 괜찮게 지내며 웃고 떠드는 라이라를 보니 차라리 이 편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도 했다. 마법 사회에 완전히 섞여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 한 채 어중간한 위치에서 일상을 영위하며 살고 있었다.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가 않다, 라는 말은 이러한 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구나. 간신히 호흡하며 시간을 죽이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4. 홀로 도망친 스스로를 용서하기도, 퀸을 잊기에도 한참은 부족한 시간이었다. 겨울이 왔다. 도망친 그 때로부터 겨우 1년을 채운, 짧은 시간. 크리스마스가 머지 않았다. 근 1년간 네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 놓인 무겁고 축축한 것이 내내 사라지지 않고 자리해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았으면 했다.
  
4. "이번 크리스마스에 바쁠까, 퀴니. 도버로 와. 같이 보내자, 오랜만에. 라이라도 널 보고싶어 해."
4-1. 지팡이는 잘 쓰지 않는다. 서랍 안에 넣어둬 잘 꺼내지 않은 채, 머글의 것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영국에서 넘어올 적 그린고트에 넣어 두었던 돈을 모두 꺼내 달러로 환전해 사용 중이다. 아직까지는 돈이 부족하지 않다.
4-2. 라이라는 머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엄금시키고,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친구도 많이 생겼다는 것 같다.
4-3. 미약한 불면,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
4-4. 감정 기복이 잦았으나 드러낸 바 없다.
4-5. 라이라의 생일도, 추수감사절도 지내었지만 크리스마스 트리만은 차마 준비할 수 없었다.

페어와의 관계 (*기타사항에 서사가 다수 서술되어 있습니다.)
  낯선 세상, 기꺼이 접하게 된 새로운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언제나 그가 있었다. 가족을 제외하여 완벽한 타인과 몇 년 내내, 같은 생활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며 그 모든 시간들을 함께 보내게 되는 이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품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나 뿐인 룸메이트에서 시작하여, 가장 친한 친구,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말을 감히 맹세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계기도, 큰 동요도 하나 없이 그에 대한 생각은 천천히 변화해간다. 분명한 선을 그어 사랑의 종류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하였으며,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감정이 다른 것들에 비해 특별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네가 그 곳에 있었으며, 다만 그것이 너였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내가 너를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 말하지만 너도 또한 나를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있지. 어쩌면 그건 평생 변하지 않을 사실일 거야. 
  그렇게 그는 자신이 유일하게 도망칠 수 있는 단 하나의 안식처가 되었다. 허나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두어 안식처라 할 수는 없으니, 공란으로 비워 둘 수밖에 없다. 그에게 사랑을 말했으며 같은 사랑의 단어를 하여 말이 돌아왔지만, 그 말이 자신과 같은 욕심을 뜻하는 것인지 더이상 물어볼 수조차 없다. 잊을 수도 없고, 애써 기억해 되새기기도 버거웠기에 이도저도 못한 채 어중간한 위치에 머무른 현재의 자신처럼 어중간한 무게가 되어 마음 한 켠이 짓눌리고 있다. 누구를 잃었습니까, 누군가 묻는다면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고, 할 수 있는 건 그 단순한 대답 뿐이다.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두어 이기적으로 욕심을 부려 사랑하는 사람이라 칭할 수는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상실감을 겪고 있었다. 무엇 하나 후회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 감정들이 평생의 업보처럼 자신을 따라다닐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  *  *

1차 지인 계정 @fdre119 (쟘님)
오너 생년 및 오너 계정 성인(94) / @HN_B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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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불면을 앓았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만 사람의 소리 얼마간 들리는 것보다 아주 고요한 것이 오히려 잠을 더 쫓아내기 마련이라고,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방 안에 쌓여 있는 어둠은 좀처럼 그 침묵을 거두어내지 않았다. 그럴 때면 버릇처럼 과거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허공에 꺼내 보고는 했다. 온기 어린 공간 속 비주기적인 소음을 내며 타오르는 벽난로의 잔상과,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 내는 펜촉의 소리들과, 작은 소동물이 카펫 깔린 바닥을 돌아다녀 남긴 흔적들, 문 닫지 않고 잠에 빠져들면 어느새인가 방에 들어와 멀지 않은 옆자리를 채우던 타인의 온기까지. 돌아갈 수 없기에 과거라 부르는 것이다.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그립고, 그것 그리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추울 리 없는 방 안에 한기가 어린 듯 하다. 이불을 끌어모아 턱 끝까지 올려 덮어 보아도 오한이 가시지 않는다. 손 끝보다는 명치가 시렸다. 
  모를 수가 없는 감정이었다. 외로웠다. 입 밖으로 내어 뱉으면 돌이킬 수 없어질 것 같아 혼잣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끌어안고 있으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사라져 좋을 것 하나 없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기한 없는 바람만을 수없이 되뇌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래를 끊임없이 꿈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창 밖으로 얼핏 보이는 달이 한 뼘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밤이 길다. 오전의 태양이 영영 떠오르지 않을 것처럼 어둡고 깊은 밤이었다.

  정말로, 도무지 견디기 힘들 것 같은, 오늘 같은 밤. 잠에서 깨어 버린 주인을 맞이하며 발치를 훑는 흰 고양이가 없으니 신발도 없이 맨 바닥을 밟는 발이 유난히도 시릴 뿐이다. 책상 저 아래 두었던 작은 상자를 꺼내어 작은 불 하나 켜 둔 채 어린 풋내 가득한 편지들을 하나하나 꺼내 읽어 보았다. 훌쩍 자라버린 몸으로, 잠 오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며 슬픔이라고는 모르던 지난 기억들에 소리 없이 깊이 빠져 버린다. 웃음이 나다가, 문득 눈물이 고인다. 아무 일 아니라는 마냥 고이는 눈물 하나 닦지 않고 겨울 공기에 말라 버리기를 긴 시간 두어 기다리기만 한다. 자신의 불안정함을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이렇게 참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절대 최선이 아닐 법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이 전부.
  정말로, 도무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펜을 손에 쥐었다. 그렇게 어쩌면 영영 발신될 일 없는 편지들이 또다른 상자 속에 쌓여간다. 누구에게도 들킬 수 없었다. 여차하면 전부 태워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수신인 쓰여 있지 않은 편지, 첫 문장 시작하지도 못한 채 펜촉이 한참 허공을 머무르다 둥그런 점을 만든다. 잉크가 샌다. 어쩌면 할 말은 흘러 넘친 잉크 속에 모두 들어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달이 한 뼘 기울었다. 눅눅해진 편지지 위에 첫 문장을 쓴다. '잘 지내?' 의례적으로 하는, 그렇기에 가장 묻고픈 말 한 마디. 그렇게 또 한참을 머무른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다.



잘 지내?

보고 싶어.

  이전에도 말한 적 있는 것 같아. 방 크기 자체가 그렇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은데-내 방이 조금 크긴 하지.- 이상하게 네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곁에 사람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쓸쓸한 일인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어. 들리는 것이라고는 조금 거슬리는 내 숨소리와, 바람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가 전부야. 이렇다 할 대화 상대가 있는 게 아니니 요즘은 말도 더 줄어버린 것 같아. 부모님과 하는 대화는 언제나 똑같은 것들 뿐이고,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별로 나와 취미가 맞는 것 같지 않거든. 대화라고 부를만한 걸 나누는 건, 드물게 나누는 편지가 전부인데 마음 놓고 편지를 보낼 수도 없어서 조금 답답해. 그냥 내가 답답하다는 거야. 너도 답답하겠지만, 미안해. 연락 끊기지 않도록 하루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고 싶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 미안해.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 미안해. 내 무력함을 하루하루, 새롭게 깨달아가고 있어. 아버지가 네게 손을 뻗을까 두려워. 난 지금도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데, 이보다 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나는, 나는 어떻게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 아직 죽지 않으니 살아있는 게 맞겠지만, 되려 하루하루 죽어가는 기분이 들어.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써봤자 나는 또 편지를 보내지 않겠지. 보낼 수 없겠지. 그러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네가 몰랐으면 해. 평생.
  바다에 가고 싶어. 내가 했던 얘기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바라던 미래 말이야. 나는 한적한 바닷가가 보이는 곳의 집에서 살고 있고, 적어도 그 때의 나는 혼자가 아니리라는 꿈. 언젠가는 이루어지겠거니, 하고 기약 없는 미래를 자꾸 상상하게 돼. 누가 내 옆에 있든, 맞아, 내가 편히 여겨 좋아하는 사람일 테고.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는… 그런 생각을 했어. 조건에 너무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 같다는 생각 들지 않아? 네가 바닷가를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 너는 여전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날 테지만… 호그와트에서 지내던 시절처럼 같은 공간에서 잠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의 얼굴을 가장 첫 번째로 보고, 식사를 하며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잘 상상이 가지 않는 하루를 보낸 후에는 또다시 같은 곳에서 밤을 맞게 되겠지.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도무지 이루어질 것 같지가 않아….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짧은 연락을 할 수조차, 너를 보러 직접 갈 수조차 없는 내가 원망스러워질 정도로. 사실 나 매일 울어.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이런 말 하면 좋아하지 않겠지. 매일 밤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무너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한가봐. 조금 더 용기가 있었으면, 조금 더 스스로에게 당당했으면, 조금 더 건강하고 단단했으면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같은, 후회만 가득이고….

  역시 이 편지는 네게 보낼 수 없겠어. 새벽이라서 그런가봐. 이상하게 감성적이네.

  그래도 말이야, 나는 꽤 잘 지내고 있어. 요즘은 그렇게 아프지도 않아. 최근에 약의 배합을 조금 바꿨는데 꽤 잘 듣고 있는 것 같거든. 프림이 그리운 건 매한가지어도, 예전만큼 슬프지도 않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 아버지 몰래 그린고트에 계좌도 하나 만들었어. 언젠가 혼자 살게 될 때를 위한 대비책이라고는 해도… 아직 돈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어. 여전히 집 정원에는 꽃이 피어. 어머니가 사랑하시는 장미만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꽤 기분이 좋아지니까. 보존 마법을 걸어 두어서 겨울에 눈이 내려도 여전히 만개한 상태 그대로야. 눈이 쌓인 장미도 아름다워. 하지만 어쩐지 조금은 어색하더라. 겨울이면 지고, 여름이면 피어나는 자연 그대로의 꽃을 보고 싶은지도 모르겠어. 시간이 지나면 지나는대로 피어나고, 시들고, 꽃이 떨어지고… 하는 모습 말이야.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거니까.

  아, 눈 내린다. 네가 있는 곳에도 이곳처럼 눈이 내리고 있을까. 졸업 이후로 벌써 몇 번의 계절이 지났는지 몰라. 내내 이 집에서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바깥에 나가, 호그와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방학은 길어봤자 세 달이었지. 예전에는 그 세 달도 너무 길어서, 견디기 힘들었는데. 세 달은 커녕 벌써 몇 달, 몇 년이 지났는지. 참 예전 일만 되새겨 보는 것 같지만, 그래. 역시 졸업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연회장에는 신입생들이 몇십 명은 더 새롭게 들어왔겠지. 우리가 7년을 쓰던 방에도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왔을까. 어떤 아이들이 들어왔을지, 상상해본 적 있어? 나는 가끔 궁금하더라. 이름도 얼굴도 모를 그 아이들도 호그와트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너처럼 공부하느라 밤 새는 룸메이트가 언제 들어오나 시계 보며 기다리다가 깜빡 자 버리는 아이가 또 있지는 않을지.
  조금 더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둘 걸 그랬어. 생각보다 7년이 짧아. 하나하나 되새기다 보면 금방이어서, 되짚어 볼 것들이 더 남아있지 않아 아쉬워져. 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어도 나는 만족하지 않고 있었을지도 몰라.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어. 1학년 때, 고집을 부려서라도 같이 바다에 갈 걸. 조금 더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휴일에 학교에 남아 있을걸. 방학 동안에도 너를 자주 만났어야 했는데, 같은 생각들 말이야.

  봐, 나는 또 이러지. 계속 과거만 되짚고 있어. 매 순간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다른 곳에 있었을까. 조금 더 자유롭고, 내가 바라는 것들을 원하는대로 행할 수 있는 곳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무의미한 상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리 가정을 해 보아도, 지금의 나는 이곳에 있을 뿐이니까. 과거는 그만 생각할까. 바라는 미래를 계속 생각해볼까. 어머니와 아버지를 상처입히게 될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선택으로 이 집을 나가서, 바닷가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고,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서……. 



  펜을 멈추었다. 이어지는 문장을 쓰지 못하고, 가늘게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며 또다른 짙은 점 하나를 편지지에 새긴다. 이상할 정도로 머릿속이 맑다. 어설프게 닫힌 커튼 너머로 옅은 새벽빛이 비스듬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펜을 놓고, 잉크 뚜껑을 덮는다. 수신인 쓰여지지 않았듯 발신인 또한 적히지 않았다. 잉크 덜 마른 편지지를 무작정 작은 박스 안에 넣어 놓는다.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서. 완성되지 않은 문장에 자꾸만 시선이 닿는다. 커튼 사이로 흘러 넘치듯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잠은 자지 못 했건만, 정신이 맑다. 허공 바라보는 눈동자가 언제 도달할지 알 수 없는 미래를 훑기 시작한다.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서, 가장 먼저 안아달라고 해야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잘 지냈냐는 질문을 할 거야. 잘 지냈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럼 너도 똑같은 질문을 할 테니, 웃으며 나도 잘 지냈다는 대답을 해야겠다고. 가장 중요한 것, 절대 울지 말아야지. 어디까지나 웃는 모습으로 너를 반겨 웃는 모습으로 그 날을 마무리할테다. 네가 보고 싶었지만 견딜만 했어. 외로웠지만 울지 않았어. 혼자서도 살만한 것 같아. 충분히 스스로 견딜 수 있던 것 같아. 그러니 너는 나를 걱정할 필요 없어. 봐, 나는 잘 지내고 있잖아. 하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재회를.

  …할 수 있을까?
  언젠가의 미래에 내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그리움이 한 사람을 향해 닿아 있다는 사실을 의심 없이 인정한다. 이 감정이 무엇에 연루되어 있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조차 없다. 흐르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도 결국은 흐르기 마련이다. 해가 뜬다.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서, 웃는 얼굴로 마주할 수 있을, 아직은 차마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기다린다. 여전히 괜찮지는 않았으며, 잘 지내는 것도 아니었지만… 조금은 후련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창백한 빛의 하늘이 꼭 바다 같다. 하늘을 유영하는 고래 모양의 구름이 손 끝에 닿을 듯 가까워서, 눈 내리는 하늘 사이에서도 어김없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어떡하지. 보고 싶다. 대책 없는 그리움이 쌓인다. 지금은 그저 모아두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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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번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을 붙잡고 아무리 숨을 참아 보아도 정도 이상으로 뛰는 심장은 본래의 속도로 돌아가려 하지 않으니, 애써 침착한 체 무딘 낯을 하고 있지만 그 스스로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밴시의 울음 소리라고 칭한다 들었다. 나뭇잎 가르며 들려 오는 바람 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았다.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는 양 겁에 질린 표정을 감출 길이 없다. 아니다, 쫓기고 있지 않다. 아니, 아니다. 쫓기고 있다. 또다시, 아니다. …나를 지금 쫓는 것은 없다. 커다란 나무 줄기에 몸을 기대고 미끄러지듯 느리게 주저앉았다. 등을 온전히 받쳐 주는 것이 있으니 안심이 되어, 점차 잦아들기 시작하는 심장을 갈무리하며 잠시간 눈을 감았다. 놓칠 새라 힘 주어 잡고 있던 지팡이를 천천히 손에서 떼어낸다. 손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몇 달 새 낯설어진 감각에 생경해하며, 지팡이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두렵지 않아. 

  주문 외듯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두렵지 않아. 더이상 두려워할 것은 없어. 나뭇잎 사이로 고양이 발자국 같은 달빛이 소리내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시금 몸을 일으켜 어두운 숲 속을 가로질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저는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갈 생각이 없습니다."

  아침 식사 중 대뜸 내뱉은 한 문장 말이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누구 하나 무지하지 않았으니 '같은 길을 갈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들은 그의 양친은 그 말이 뜻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아들의 철없는 치기라 판단하기에 그들의 아이는 이미 장성해 있었으며, 말하는 이의 표정과 목소리가 지나칠 정도로 뚜렷했으니.

"그러니 저는 독립하고자 합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달그락, 식기 내려놓는 소리가 정도 이상으로 크게 들려온다. 꼭 닮았으나 자신을 낳지 않은 아버지의 얼굴이 새파랗게 불타오르는 광경을 온전히 눈에 담으며 그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길어지겠어, 퍽이나 태평한 생각이다.
  머글식 폭력은 경박하다며 사용하는 이들을 경멸하던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멀지 않은 거리서 다가와 망설임 없이 아들의 뺨을 올려 붙였다. 지팡이를 빼앗는 손길에 저항하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라, 명하는 말에도 저항하지 않았다. 순순히 방으로 들어가니 마법을 사용하여 모든 문을 잠궈 버리는 것이, 참 온건하고도 관대한 처벌을 주는구나 생각했다. 유약한 인간의 손으로 마법 없이 파훼할 수 있는 잠금쇠가 아니었다. 여보, 여보. 잠시만요.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 온다. 방문 앞에 서서 점차 멀어지는 그 목소리들을 귀 기울여 들어 보다가, 모든 소리가 잦아든 이후 느지막이 발걸음을 떼어내었다. 방 한 켠에 걸려 있는 거울에 시선이 닿았다. 볼품없이 부어올라 있는 얼굴이 보인다. 아, 소리내어 입을 벌려보니 그제서야 아릿한 고통이 찾아들었다. 뺨을 맞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따지자면, 폭력을 체험한 것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낯선 감각이다. 찌르르 울리는 고통이 낯설면서도 마냥 참지 못 할 것은 아니었기에 아무런 조치 하나 취하지 않은 채 그저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버렸는데 기한 모를 유예가 더 늘어났다. 창문조차 열 수 없어 잠겨 버린 창틀을 몇 번 흔들어 보다, 우중충한 구름 낀 하늘만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하늘이라 부르는 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상냥하다, 다정하다, 현실을 모른다. 듣기에 좋았던 수많은 형용사들을 떠올려 본다. 나는 마냥 이타적인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미리 말을 해 둘 걸 그랬나. 의미 없는 생각만이 웅웅 맴돈다. 잠긴 방문 너머로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일 테다. 그러니 나는 마냥 이타적인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 

"어머니."

  도리어 모르는 척 순한 얼굴을 가장하여 그 누구보다 약아빠진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자신이었다고, 미리 말을 해 둘 걸 그랬다. 여전히 의미 없는 후회일 뿐이다. 어쩌면, 그 대상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들을 무척 사랑하는 어머니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사랑하는 아들이 한 발자국 바깥 나들이 하지 못 한 채 방에 갇혀 있는 것이 못내 서럽고 안타까우셨던 모양이었다. 매일같이 아버지를 설득하는 목소리를 방문 너머로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유리디스를 호그와트에 보내는 것이 아니었어. 같잖은 친구 놀음에 붙잡혀 이상을 깨우치지 못 하고 철없는 소리나 하고 앉아있지 않나.' 그리 말하시며, '나는 저런 선택을 하는 이들을 잘 안다. 동정을 다른 감정으로 착각하여 저러는 것이지, 스스로 마음 깊이 반성하는 것이 아닌 이상, …….' 더이상 들을 가치가 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이 레질리먼서가 아니라는 사실에 속 깊이 안심했다.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무릎 꿇고 울며 빌 정도가 되어야 자신의 말을 조금이라도 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달리 말해 그는 아버지의 저 올곧음을 꺾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정하셨기에.

"유리, 식사는 해야지. …몸이 안 좋니? 스프를 준비하라고 해 놓을까?"

  무작정 굶기 시작했다. 무식하고 멍청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입맛 없어요. 언제나 대답은 동일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으니까요. 혼잣말은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터였다. '네가 그런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어서 아버지에게 빌어! 잘못했다고 해!' 화를 내시기도 하고, '제발 이것만 먹자, 유리.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구나, 응?' 애원하기도 하셨다. 대답은 밋밋했다. '먹고 싶지 않아요.' 그럼 죽을 생각인 거니? '그런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아요.' 약속한 것도 있고. 뒷말은 속으로 삼켰다.
  고명한 순수혈통 가문의 도련님이 아사로 죽었다는 사실이 바깥에 밝혀지면 아버지도 꽤나 속 썩이시겠거니, 싶었다. 딱히 그것을 노리지는 않았지만서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허나 아버지의 믿는 바를 따르려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거니 생각한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 몸은 그 고명한 뜻에 의하여 죽음에 가까워진 나약한 육체였다. 눈총을 살 정도로 무식한 고집이었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본다. 바라는 것은 나 자신의 죽음이 아니었다. 나의 고통은 고통이 아니었으며, 육신은 좁은 방 안에 갇혀 있건만 정신은 이미 저 하늘을 떠돌고 있기에 몸 무거운 속박은 속박으로 자리할 수 없었다. 

"어머니."

  말라붙은 숨으로 애원하면.

"…나가고 싶어요."

  나를 사랑하는 당신은 그 요청을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그 사랑을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챈다. 자신이 그렇기에, 다른 이들도 그러리라 쉬이 판단하고 살아왔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한참 전부터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 사람은, 나의  뜻을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손 끝이 떨려왔다. 아직은 견딜 만 했다. 흔들리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정의롭고 올곧은 뜻을 지닌 사람만은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용기 있는 사람만은 못 되어, 이것이 아닌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스스로를 설득하며 납득시키려 수없이 자기합리화를 반복할 뿐이다. 상처 받은 얼굴이 보인다. 이기적인 나를 용서해주세요. 아니,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무 말 할 수 없어 몇 주만에 자신에게 되돌아온 지팡이를 힘 주어 잡아 볼 뿐이었다. 손이 가늘게 떨린다. 눈이 빛났다. 뒤돌아 자리를 뜨려는 당신을 불러 세웠다.

"…어머니."

  무엇인가 비틀어지는 소리가 난다.

"사랑해요."

  변함없이. 어쩌면 앞으로도 내내 변하지 않을 영원함으로. 

"먼저 갈게요."

  가장 먼저 이 지팡이를 부숴버려야겠다. 생각하며 벽에 걸려 있는 도톰한 망토를 걸쳐 입었다. 사랑을 볼모로 잡아 사랑하는 사람을 협박했다. 용서받지 못 할 죄란 이러한 행동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챙길 짐은 많지 않았다. 저 먼 곳으로 사라지는 어머니의 발소리를 음악 삼아 책상 서랍에 넣어 놓은 물건 몇 개를 마구잡이로 가방 속에 집어 던졌다. 쪽문을 통해 집을 나섰다. 스쳐 지나가는 담벽 아래, 언젠가 속수무책으로 잃어버렸던 작은 생명의 비석이 낮게 자리한 것이 보였다. 잘 있어, 프림. 마지막 인사를 한다. 꽃봉오리조차 맺히지 않은 장미 덩굴이 비석을 바닥 삼아 그 발을 딛어 오르고 있었다. 여름이 되면 꽃이 피어나겠지.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장미 화원은 틀림없이 아름다울 테다. 다시는 장미를 그리지 않을 테다. 몸 돌려 집을 떠났다. 어둠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밴시의 울음소리가 왕왕 귓가를 울렸다.


* * *

  몇 번의 순간이동을 반복하여, 까마귀 몇 마리 날아다니는 것이 고작인 다이애건 앨리의 구석진 거리. 망토를 푹 눌러 뒤집어 쓴 이는 푸른 보석 달린 지팡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망설이듯 몇십 분 동안을 그와 비슷한 자세로. 지팡이는 흔적을 남긴다. 조금의 권력을 사용하여 마법의 흔적을 추적한다면, 아버지가 자신을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는 사실 정도는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었다. 스스로 자신의 지팡이를 꺾어 내리는 마법사는 많지 않겠지. 생각하며 조금 웃었다. 지팡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뚝, 섬뜩한 소리가 났다.
  약 10년을 함께 한 사과나무 지팡이는 거짓말처럼 부러져 버렸다. 아니, 부러뜨렸다 칭하는 편이 더 옳을 테다. 뚝 부러지며 짧은 생 마무리하는 모습이 꼭 그 운명에 순응하여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서, 나무 부러진 조각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잔해들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아버지가 물려 주었다는 보석도 어김없이 땅 속에 묻혔음은 당연한 사실. 망토를 깊게 뒤집어 쓴 채 다이애건 앨리의 지팡이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나절 첫 손님이 될 이는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두 시간을 서서 기다렸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소란이 들린다. 졸음 덜 깬 지팡이 장인은 느지막이 가게의 문을 열었다.
  두 번째 지팡이를 맞이하는 마법사들의 수는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성장'이라 부르지요. 그러니 부디 다가올 새로운 시간들을 기쁘게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지팡이 장인은 망설임 없이 이것을 그에게 건네 주었다. 아주 유연하되 고집스런 나무로 만들었다는 새로운 지팡이. 이것은 휘어질지언정, 더이상 부러지지는 않을 테다. 새로운 지팡이의 감각이 못내 낯설 뿐이다. 가진 것은 얼마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지 않고, 장소를 몇 번 더 이동하여…….


  문득 참기 힘든 외로움이 온 몸을 덮쳐 왔다. 난생 처음 보는 바다는 아름다웠으며, 고요했고, 다시 없을 만큼 공기가 시려웠다.


* 공미포 390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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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있지, 나는 여기에 있어. "


전신



(@cm_nepp님의 커미션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에 없이 지극할 정도로 평화로운 표정이다. 여상히 웃는 일이 잦았다. 우울함 대신 그 얼굴 위 자리한 것은 성숙한 차분함이다. 흔들리지 않고 사람을 마주 보는 푸른빛 눈동자는 어김없이 바다를, 어쩌면 맑게 갠 하늘을 닮아 있었다. 하루종일 보는 것이 하늘과 바다가 고작일 테니 어쩌면 말 할 가치 없을 정도로 당연한 일. 아프게 달아올라 붉은 기운은 보이지 않았으나 여전히 낯은 창백하다. 창백한 얼굴 위 자리한 이목구비는 선명하지 않되, 충분히 섬세하다. 희게 그려진 뺨 위 인공적인 빛을 띠는 새하얀 머리카락이 얄팍하게 피부를 덮었다. 올라갈수록 본래의 검은 머리카락이 근근이 보이기 마련이었건만 끝 부분은 셔츠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희었다. 어쩌면 어느 겨울, 도망나올 적 충동적으로 희게 염색해 버렸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추운 바닷가에 어울리지 않게도 얇은 차림새다. 망토에 단단히 보온 마법이 걸려 있으니 상관 없다 스스로는 말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다른 입장을 고수하게 되는 법이었다. 이유 없이 바다를 그리던 과거의 한을 풀기라도 하는 양 망설임 하나 없이 바다의 흔적들을 매달고 다녔다. 어머니가 선물했다 하여 줄기차게 착용하고 다니던 사파이어 귀걸이 대신, 기분에 따라 바꿔 끼는 원석 귀걸이. 언젠가 받았던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목걸이, 바지에 가려 보이지 않건만 언제나 하고 다니는 어린 아이의 손길 닿아 투박하게 만들어진 조개 껍질 발찌까지. 흐르는 대로 물건들을 놓아 두었다. 망토 펄럭이는 곳곳 흔적 남는 짙은 냄새는 바다의 것이었다.


이름
유리디스 P. 언더우드 / Eurydice Primrose Underwood

성별

혈통
순수혈통

키/몸무게
179cm / 67kg

직업
포션 납품업자

지팡이
버드나무 / 불사조의 깃털 / 11.5인치
: 약 10년을 함께 한 사과나무 지팡이는 거짓말처럼 부러져 버렸다. 아니, 부러뜨렸다 칭하는 편이 더 옳을 테다. 뚝 부러지며 짧은 생 마무리하는 모습이 꼭 그 운명에 순응하여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서, 나무 부러진 조각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잔해들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아버지가 물려 주었다는 보석도 어김없이 땅 속에 묻혔음은 당연한 사실. 망토를 깊게 뒤집어 쓴 채 다이애건 앨리의 지팡이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번째 지팡이를 맞이하는 마법사들의 수는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성장'이라 부르지요." 그러니 부디 다가올 새로운 시간들을 기쁘게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지팡이 장인은 망설임 없이 이것을 내게 건네 주었다. 아주 유연하되 고집스런 나무로 만들었다는 새로운 지팡이. 이것은 휘어질지언정, 더이상 부러지지는 않을 테다.

성격
[올곧은 다정함] [포용적인] [부러지지 않는] [불변하는 사랑]

기타
  1. Roborus.
- 순수혈통 가문 로보루스, 명성에 걸맞도록 한 번 망설이지도 않은 모습으로 여전히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지지하고 있다. 마법부 내, 위즌가모트 의원이자 로보루스 가문의 대표인 디아나 로보루스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다. 제 세상이라도 된 마냥 순수혈통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활발한 외부 활동을 하는 중.
- 1964년 겨울을 기점으로 로보루스 가문의 차기 가주이자 디아나 로보루스의 후계자, 유리디스 로보루스의 소식이 거짓말처럼 뚝 끊기게 되었다. 예사로 데리고 외부 행사에 돌아다니던 디아나 로보루스는 유리디스 로보루스의 행방에 관하여 입을 다물었을 뿐이다. 점차 소문이 퍼지게 된다. 유리디스 로보루스도 그의 친부와 다름없이 집안 특유의 병이 발발하게 되어, 그렇게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죽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에 대한 소문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1970년대, 디아나 로보루스는 여전히 그의 사라진 아들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숭고하고 뜻깊은 사상의 실현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 1971년, 마법부 축하 파티. 위즌가모트 의원 디아나 로보루스의 도착과 별개로 낯설되 낯설지 않은 인상착의의 남자가 시간 차를 두고 마법부에 도착한다. 수많은 소문과 함께 종적 없이 사라진 '유리디스 로보루스'의 얼굴이었다. 아버지 되는 사람과는 아는 체 하지 않고, 그는 스스로를 '유리디스 언더우드'라고 소개했다.
  
  2. Eurydice Primrose ―.
- 12월 15일 생. 사수자리, 탄생화는 서향Winter Daphne. 아버지: 디아나 로보루스, 어머니: 솔 로보루스. 더이상 그들과 교류하지 않는다.
- 졸업 이후 약 4년동안 다양한 외부 행사에 로보루스 가문의 후계자로서 참여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비추고, 남는 시간에는 쉬지 않고 공부를 했다. 피상적인 지식이 아닌 조금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법약들과 생활 마법 등에 대한 공부를.
- 1964년 가을,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반발한다. 아버지에게 지팡이를 빼앗기고 외출을 금지당한 채 발이 묶이게 된다. 디아나 로보루스의 숭고하고 뜻깊은 사상을 반대하는 것치고 처벌은 대단히 관대한 편이었으나, 그의 행동을 원천 봉쇄했으니 아무것도 바뀌는 것 없었다. 
- 동일한 해의 겨울, 그를 보다못한 어머니의 도움으로 로보루스 가문 저택을 벗어난다. 어머니에게서 건네어 받은 지팡이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달아나는 데 성공하는 즉시 스스로의 손으로 부수고, 이후 다이애건 앨리의 지팡이 가게에 가 새로운 지팡이를 맞추게 된다. 
- 1964년에서 1965년 넘어가는 겨울부터, 영국 도버 지역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집에서 홀로 살게 되었다. 가장 가까운 마을로는 차를 타고 20분은 달려야 한다. 머글 마을에서도, 마법사 마을에서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의 작은 집 한 채이기에 근처에서 다른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드물게 오가는 사람들은 그에게 일 관계 상의 의뢰를 하기 위해 해안가를 찾은 이들이 전부. 만에 하나 아버지의 추적이 올까 염려하여 벽난로 네트워크 설치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고립되었다.
- 유리디스 로보루스로서 외부 행사에 얼굴을 비출 적 연을 만들게 된 민간 단체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포션을 납품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생활한다. 썩 괜찮은 실력이라 볼 수는 없으나 때로 그 '민간 단체'를 통해 유리디스를 알게 된 사람들이 사사로운 치료 일도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에 스스로에게 부탁을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치료사 일도 겸임하게 된다.

  3. Dicé
- 유리디스라는 이름은 흔한 것이 아니었기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예의 그 '민간 단체'에 이름-Eurydice-만을 적어 보내었는데, 그것을 관리자가 '유리디스'가 아닌 '에우리디케'라 읽으며 의도치 않게 가명을 사용하게 되었다. 줄여 디케-Dicé-라고 불리운다. 마침 잘 되었지, 하며 특별히 정정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 1966년, 일 관계 상 알고 지내던 머글 태생 마법사 부부에게서 반강제적으로 그들의 어린 아이를 떠맡게 된다. 만 2살, 라이라 언더우드-Lyra Underwood-, 여아. 필사적인 모습의 그들을 보며 망설이는 사이 이미 그들은 아이를 유리디스의 손에 맡겨두고 가 버린지 오래. 이후로 부부에게서의 연락은 더이상 오지 않았다. 낯선 육아에 헤매기도 잠시, 어쩌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곁에 있는 어린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평생 아이 가질 일 없을 테니 이것이 부성애인지, 무엇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 아이는 지나치게 조숙했다. 4살 되는 해, 첫 마법을 발현하며 알파벳을 모두 외웠다. 5살 되는 해, 당돌하게도 그에게 질문했다. "유리디스,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날 버린 거죠?" 언젠가는 오실 거야, 명목 상의 대답을 하였지만 그리 납득하는 모습 같지는 않았다. 6살 되는 해, 또다른 질문을 했다. "사람들은 왜 다 유리디스를 이름으로 불러요? 성 없어요?"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거든. "성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럴 수도 있는 거야. "…그럼 내 성을 같이 쓸 수 있게 허락해줄게요. 어차피 따로 쓸 사람도 없는 걸요." 그렇게 1970년, 유리디스 프림로즈 로보루스는 유리디스 프림로즈 언더우드-Eurydice Primrose Underwood-가 되었다.
*
- 집 안에는 책이 가득하다. 라이라를 위한 머글 및 마법사 식의 동화, 머글 소설 책들, 마법약 전공 서적들, ……. 읽는 양이 대폭 늘었다. 생각보다 소설 책들을 즐겨 읽는 듯 하다.
- 7학년 초반 시기보다 건강은 비교적 좋은 편이나, 여전히 '좋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평균 이하. 아플 때면 라이라가 기세 좋게도 간병을 해 준다. 
- 마법부로 오기 전, 아이는 아는 부인에게 두어 번 부탁하여 맡기고 왔다. 아이에게 몇 번 당부하듯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런던에 도착한 직후 어머니를 뵙고 왔다. 오랜만이에요, 어머니. 어머니는 답이 없으셨다. 조금은 변한 이 얼굴을 몇 번 살피듯 보는 것이 전부였다. 아버지에게는 찾아가지 않았다. 홀로 그를 찾아갔다간 정말로 저주 주문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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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높은 곳은 무서워 닿지도 않을 하늘 위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밀랍으로 깃털을 이어 붙여 만든 날개를 가열차게 흔든다고 하여도 저 높은 태양과 가까워지면 틀림없이 녹아 내리게 될 터였으니, 저리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면 죽는 줄도 모르게 죽을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하여 이것을 수많은 이유 중 하나로 두어, 아래와 위 구분되지 않는 공간이라면 차라리 자신은 하늘보다는 바다 속 한가운데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 변하지도 않고 꾸준히 머릿속을 맴돌았다.
  파도조차 손 뻗을 수 없는 저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부턴가 어디가 하늘이며 어디가 더 깊은 바다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 아름답고 벅찬 기분이 들겠구나, 문득 떠오른 생각에 바닷속 한가운데를 헤엄치는 자신을 상상해 보았다. 어쩌면 지구를 떠나 우주 속을 유영하는 느낌이 들지도 몰라. 중력도, 그 무엇도 자신을 잡지 않고 팔과 다리 움직이는 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어둡고 깊은 공간. 끝없는 환상만을 가지고 있었건만 도리어 무슨 말을 들었더라, 그건 너무 무서울 것 같다고. 그런가. 무서울까? 하지만 겪어보지 못 했으며, 겪어보지 못 할 일이었으니 오랜 시간이 지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예전과 다름없는 그 환상 뿐이다. 바다 속은 커녕, 해변가 가 보지도 못 한 사람이 어떻게 바다를 상상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영원한 꿈으로 남아 버릴지도 모른다고,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나는 바다 속 한가운데, 사람도 물고기도 보이지 않아 오직 검푸른 바닷물만이 존재하는 공간을 홀로 유영하고 있었다. 숨을 내쉬고 또 들이마시고, 물의 차가움은 느껴지지 않으나 벅차고 무거운 숨 그대로 호흡할 수 있으니 현실이 아닌 꿈이구나 싶더라. 꿈 속에서 만난 바다라니, 참 낭만적이기도 하지. 생각하며 조금은 웃었다. 더 깊은 곳으로 가 볼까, 하지만 깊은 곳이란 어느 방향이지? 오른쪽, 왼쪽, 머리 위, 발 아래? 빛 하나 들지 않는 심해가 어두워 향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문득 깨닫고 보니 자유롭게 움직일 법한 팔과 다리도 무거운 손에 잡히기라도 한 듯 답답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곳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형체 없는 힘에 붙잡힌 기분.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이제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두툼한 가죽으로 하여금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는 것 같은 두통이 찾아왔다. 손과 발 끝부터 알 수 없는 냉기가 파고들었다. 쿵, 쿵. 울리는 심장 소리가 이상하게도 귓가를 울렸다. 그렇게 찰나, 그러니 내가 이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 적.

  쿵. 폭발음과도 같은 심장 소리와 함께, 온 몸을 무겁게 내리 누르는 이불의 감각을 느끼며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꿈에서 빠져 나오는 것도 참 순간이야, 허탈한 웃음. 이상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모르는 사이 지나칠 정도로 오랜 시간 잠에 빠져들었던가, 싶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밤 나는 침대에 언제 들어갔지? 내 발로 침대에 들어가기는 했던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손 발 차가운 것은 꿈에서 깨어난 이후에도 여전한 터라 미미한 경련이 오는 손을 힘 주어 꽉 마주 잡아 본다.

"……프림."

  두어 번의 헛기침을 하고, 가까스로 입 열어 제 곁에 있을 작은 고양이의 이름을 부른다. 묵묵부답. 소동물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산책이라도 나갔나 봐, 아쉬움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목이 칼칼하다. 일어나려 해도 일어날 힘이 없으니, 아무래도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듯 싶었다. 창 밖이 어둡다. 바람 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조금은 선선한 것도 같다.
  달칵, 방문이 열렸다. 너머로 들어온 것은 조금은 지쳐 보이는 얼굴의 어머니. 일어났구나. 한 마디 뱉는 목소리의 빛이 영 밝지 않더라. 어머니, 부르며 일어나려고 하니 우습게도 그 작은 힘조차도 낼 수가 없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누워 있으렴. 이제 고비는 넘겼으니."

  쿨럭, 익숙한 기침 소리. ―고비? 물으려 입을 여는 즉시,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유리디스, 우리 아들."

  놀라지 말고 들으려무나. 조곤조곤 이어지는 말들. 나는 여전히 꿈 속에서 유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신경 바깥으로 새어 나가려는 정신을 붙잡으며 문득 그러한 생각을 했다. '지금은 8월 중순으로,' 어머니는 말하시며 가슴을 짚으셨다. '호그와트에서 돌아온지 며칠 되지 않아 네가 쓰러졌고,' 어머니는 말하시며 눈물을 보이셨다. '두 달 내내 의식이 없었으니, …….' 어머니는 말하시며, 처연하게도 웃으셨다.


  …….
  꿈을 꾸었다. 숨 쉴 수 있는 바다에 흠빡 빠져든 것 같은 몽롱한 기분. 두 팔 두 다리 가열차게 움직여 보아도 그 수면 아래 어떠한 파동도 그려지지 않아 자리한 곳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웅웅거리는 소음이 끊임없이 들려오건만 꿈 속 바닷물이 그 소리 듣는 것을 가로막아 무슨 말 부르짖는지 알 수가 없다. 눈을 뜬다. 머리 위에 검은색 오로라를 흩뿌려 놓듯 일렁이며 눈을 가리는 장막, 이대로 저 아래 심해를 향해 점점 가라앉아 점차 숨을 쉬지 못 하게 되어 죽어버리는 것 아닐까? 손 다시 뻗어 보았자 잡히는 것 하나 없다. 이대로 낯선 죽음이라는 것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이유 없이 눈물이 차오른다. 단순한 불편함을 의미했던 것이 난생 처음으로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다.
  죽어버린 아버지를 떠올린다.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을 병에 걸려, 한 마디 다정한 말 남기지도 않고 죽어버린 아버지. 2년 전에는 나의 병이 당신의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1년 전에는 그 참혹한 진상의 다른 면을 보았어요. 그리고 올해에는 당신과 꼭 같은 두려움을 겪네요. 당신도 두려우셨나요. 언젠가 또 한 번 자각 없이 꿈에 삼켜져 그것의 마지막을 보지 못 한 채 삶이 끝나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텁텁하게 삼키셨던가요. 죽음이란 너무도 낯선 단어인데, 그것을 떠올리려니 두고 가지 못 할 사랑하는 소중한 것들이 연쇄적으로 눈 앞을 스쳐 지나가 눈물이 날 정도로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을 느껴 보신 적 있나요. 나를 두고 죽으며 더이상 보지 못 할 나의 짧은 미래 모습에 애달픔을 삼키셨던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당신의 생각들을 전혀 알 수 없어서,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말할 수 없을만큼 더 불안해져서, ……이 고민 아닌 고민은 끝이 나지 않습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삶의 마지막이 언제 찾아오든 이 불안감 예고 없이 찾아왔던 것만큼 내내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8월 XX일, 오랜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책상 위에는 여름 동안 도착하였던 편지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으나, 일부 뿐이었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친구들의 이야기 입에 담지 않았던 노력이 무색하게도 거짓말처럼 일부 친구들의 편지들만이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 편지가.' 부르니 대답하셨다. '이제 곧 졸업이잖니, 쓸데없는 일에 마음 쓰지 마렴.' 말하시며, 퍽 익숙한 인장이 찍혀 있는 편지 한 통을 내게 건네어 주셨다. 내게 도착한 편지들 중 하나만을 골라 따로 빼 두신 듯 싶었다. 발신인의 이름은 익숙하였으나 평소와는 무언가 달랐고, 밀랍을 벗겨내는 나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시답잖은 얘기 입에 담듯 가벼이 소식을 전하였다. 디그니타스와의 약혼이 무산되었다고. 그 아이의 선택은 참으로 유감스러웠으나 서로 합의되지 않은 약혼 관계는 너도 바라지 않을 터이니 네가 아플 적 급하게 우리의 결정을 그녀에게 전달하였다고. 이후 독일에 거주하는 먼 친척에게 연락을 넣었으니 네 결혼은 그녀와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더하여.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터인데, 내내 고민해 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렇구나. 우습게도 감상은 참 단순했다. 편지를 반듯하게 접어 모든 것을 모아 두는 상자에 마저 넣어 두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아버지는 제안하셨다. 네 몸이 아직 완벽하게 낫지 않은 이유로 호그와트에 돌아가지 않고 집에서 요양하는 것이 어떻냐며 내게 물으셨다. 괜찮아요,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 걸요. 보고 싶은 이들이 있어 이리 대답했건만, 기실 아직은 집 밖 나가기도 버거울 정도로 몸이 무거웠다. 괜한 오기였다. 허나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 누군가 말을 거는 듯 했고.

"그것보다,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있었다.

"프림이 며칠째 보이지 않아요. 집을 나간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아.
  잊은 것을 새삼스레 깨달은 양, 자못 놀란 표정의 어머니가 찻잔을 소리내어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유리, 프림은."

  어머니 말씀하시는 목소리가 창에 겨울 바람 부딪히듯 잘게 떨렸다. 때 이른 공포가 찾아들었다. 아프게 달아오르는 눈가에서, 건조한 겨울 냄새가 났다.

  꽉 막혀버린 목구멍 사이로 겨우, 짧은 말을 꺼내어 뱉었다.

"…호그와트에, 돌아갈래요."

  


* 공미포 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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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958년의 여름, 사람 드나들 일 없어 지독할 정도로 고요했던 저택에 낯선 이들의 발자국이 참 많이도 찍혔다. 짙은 금발을 지닌 권위적인 얼굴의 중년 남성, 기묘한 안경을 쓴 키가 조막만한 노인, 막 학교를 졸업한 듯 여즉 얼굴에 어린 티가 남아 있는 한 무리의 학생들과, …하여간 기억도 못 할 정도로 참 많은 사람들.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묻는 말에 다정한 그의 어머니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하였다. 아버지를 도와줄 사람들이란다. 수많은 사람들의 주축은 아버지였는지 서로 오가는 줄도 모르던 사람들이 우연히 이 저택의 복도에서 만나게 되면, 그 얼굴에 화색을 띤 채 오랜만입니다. 인사를 하며 단단한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를 볼 때면 하나같이 묘한 표정을 그린 채 이리 말하기 마련이었다.


  네가 로보루스의 다음 후계자라고?


  그러면 어찌 대답할지 모르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어색하게 웃는 것이 전부인 열넷의 아이. 허나 사람들은 이러한 미숙함에 관심도 없어 잘 지내라 예의 상의 인사를 남기며 그의 아버지에게 가 버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아이는 언제나 훅 끼쳐오는 기묘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해묵은 양피지의 냄새, 짙은 잉크 냄새, 입에 머금으면 싸한 여운을 남길 법한 식물의 쓴 냄새, 증기 냄새, ……. 아, 떠올랐다. 이 기묘한 냄새는 낯설고도 익숙하여 이미 열네 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러니 호그와트에서도 맡을 수 있는, 그 고성의 지하에 위치한 마법약 교실에 퀴퀴하게 가라앉은 냄새.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생각들이다. 수많은 논문을 읽고 적으며 마법약 연구를 하던 아버지의 뒷모습, 이제는 거진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어 익숙해진 여러 가지 종류의 허브들, 양은 냄비 안의 액체가 부글부글 끓는 모습 등.

  앞으로는 너도 친밀하게 지내야 할 사람들일테니, 소개를 해 주겠단다. 다정한 어머니의 말씀이 이어졌다. 금발의 남자에게 시선이 닿는다. 래쉬드 체스, 유명한 포션 마스터로 마법학 학회의 권위자란다. 이전에도 아버지와 몇 번의 연구를 같이 한 적 있지. 기묘한 안경을 쓴 노인을 바라본다. 미스 벨벳, 이상한 이름이지? 당연하게도 본명은 아니란다. 유감스럽게도 유리에게도 본명은 알려줄 수 없어, …저 분은 기자란다. 'The Uroborus' 신문사의 대표를 맡고 있지. 어린 무리의 학생들. 덤스트랭 마법 학교의 최근 졸업생들이구나. 미스터 체스를 통해 아버지의 실험을 도와주러 왔지. 

  무슨 실험을요?

  …설명하기 어려운데, 유리가 이해할 수 있겠니?

  음, 아니요. 괜찮아요. 아버지의 일이라면요.


  

  또다시, 1958년.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을 시기를 지나 약 한 달 후의 한여름. 쉴 새 없이 방문을 잇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드물게 금발의 중년 남성만이 얼굴을 비추던 때. 나쁜 습관이 들어 한밤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에 들지 못하고 눈만 끔벅이고 있으려니 너른 저택에 오가는 소리가 기묘하게도 귓가에 아른거려, 잠이 오지 않으니 몰래 우유라도 한 컵 마실까 싶어 유리디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요정을 시켜 우유를 부탁한다면 금방 어머니께 그 소식이 닿고 말 터였다. 직접 간다 하여도 마냥 들키지 않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때로는 밤 산책이 문득 끌리는 날도 있는 법이었다.

  계단을 두 번 내려가, 집요정의 손길만이 닿은 부엌에서 시원한 우유를 한 잔 따라 마시고, 어쩐지 어두운 복도가 스산하여 두 손을 맞잡아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쳤다. 저 너머에 가느다란 빛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의 서재였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버지와 어머니 두 명의 목소리가 아닌 세 명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라. 손님이라도 왔나? 이 시간에? 호기심 이기지 못 하고 아버지의 서재 가까이에 가면, 아, 그 사람이다. 아버지의 연구 동료라던 사람, 이름이 래쉬드 체스였나?


"발표를 한다면 하루 빨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인다만."


  중후하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라서,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와 타협했다. 그러니 시작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순한 호기심이었다는 말이다. 느릿한 어조로 남자와 아버지의 대화가 이어졌다.


"심사는 끝났습니다. 학회의 사람들도 마냥 모른 체 할 수는 없겠지요."

"머글 태생 작자들이 문제다만, 그 쪽은 내가 어떻게든 손을 써 보도록 하지."

"아무렴요. 학술지 발표는 언제라고 그랬지요?"

"나흘 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잘 된 일입니다."

"멍청한 잡종 놈들. 그런 인간들을 함께 두어 보았자, 사회의 퇴보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지."

"호그와트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들었다. 여론이 좋지 않더군."


  이어지는 목소리는 여성의 것으로, 아이에게 읊는 다정한 어조 그대로의 향을 지니고 있었다.


"경우 없는 일이에요. 우리 아이가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런 무모한 짓을, …호그와트에는 유리와 같은 아이들도 수없이 많은데 말이에요."

"실수로라도 죽은 것이 마법사의 아이가 아니어 다행이지. …중요한 것은 여론이다. 명목만으로써의 값싼 평등을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졌어."

"예, 압니다. 그러니 우리의 행동이 이어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체스."

"로보루스."

"듣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네를 지지하고 있네."

"감사합니다."


  카페트 위 의자 끄는 소리가 미미하게 들려온다. 급히 숨을 들이키고, 어두운 복도 사이로 몸을 숨기려는 순간.


"그것보다, 미스터. 유리를 조금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디아나, 당신도 참.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고."


  낯선 말들이 이어진다. 집안에 이어지는 병이, …아이의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일찍 사망했고,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으며, 마땅히 짊어져야 할 짐으로, …….


"―소중한 후계예요. 같은 핏줄끼리 혼인하여 아이를 낳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지는 잘 알지만, 아시잖아요. 어느 누가 거짓으로 저급한 머글의 피를 이 핏줄에 섞을 지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하겠나요? 아이 아버지도 똑같은 병으로 죽었어요. 이런저런 대처는 다 해 보았지만, 당초 허약하기만한 몸일 뿐이라서. 로보루스의 병에 대하여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포션 레시피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고민이랍니다. 디아나를 부디, 도와 주셨으면 해요. 사랑하는 아들이 아픈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겠어요?"


  눈물 섞인 여자의 말에 남자는 흔쾌히 긍정을 표하였다.


"로보루스와 연구를 더 해 보겠으니 걱정하지 말게. 소중한 피를 이은 아이가 아닌가."


  깜빡, 깜빡. 졸음 가득한 눈이 버겁게 움직인다. 색색 내쉬는 숨소리가 낯설 정도로 크게 들려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유리가 아픈 건 그 아이의 탓이 아니에요. 우리의 업보인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으니까요. 저희는 그 아이를 사랑해요. 울음 섞인 어머니의 목소리가 쨍하게 귓가를 울린다. 문득, 더이상 이 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스쳤다.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계단을 두 칸씩 밟으며 방으로 돌아갔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여전히 잠 오지 않는 눈을 크게 떠 본다. 



  그로부터 나흘 뒤, 애프터눈 티 타임을 즐기는 모자母子의 테이블에 두툼한 양피지 뭉치가 하나 올랐다. 여자는 퍽 기쁜 낯으로 두툼한 양피지 뭉치를 뒤집어가며 연신 자랑을 해 대었다. 이걸 보렴, 유리. 아버지께서 새로 쓰신 논문이란다. 장장 8년에 걸친 연구의 성과가 이 논문에 들어 있어. 다정한 여자의 목소리가 또박또박 글을 읊었다.


"제목, '마법사의 교육 시기와 고등 마법약 제조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



 

마법사의 교육 시기와 고등 마법약 제조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

저자 디아나 로보루스, 래쉬드 체스

발행처 영국마법약학회 1958.8


  머글 태생 마법사들의 늦은 교육 시기와 그들의 낮은 교육 성취도는 고등 마법약 제조에 있어 대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중략)…… 머글 태생 마법사들의 이른 마법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점과 그들의 근본적인 '마법 실력'의 불명확성에 근거를 두어, …… (중략)……  결과적으로 고등 마법약 제조에 있어 포션 메이커의 혈통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 공미포 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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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버려 둬, 조금만 쉴게. "

두상

전신
(@cur1yhair1over님의 커미션입니다. 감사합니다.)

 눈 아래의 피부가 발그스레 달아올랐다. 어릴 적부터 존재치 않았던 생기 오른 흔적이 새삼스럽게 피어 오를 일은 없으니, 피로함이 만들어낸 발자국일 터였다. 창백한 색이 꼭 병자 같다. 그 단어가 마냥 틀린 말은 또 아닐 테다. 평소와 다름없이 웃고, 사람 좋은 낯을 하여 지내려 하건만 그 마음과는 달리 보여지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깊이 물어 보았자 답은 짧다. 그냥 조금 아팠어, 하고. 말쑥하니 키가 컸건만 평균보다 마른 탓에 낙낙한 망토의 품이 조금 남는다. 새로이 맞춘 망토에 더이상 흰색 고양이 털이 묻어 있지 않다는 것은 구태여 살펴보지 않아도 당연한 일.
  검은 머리카락은 때때로 심해의 어두운 남색 빛을 반사시켰다. 창백한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 사이, 두드러지게 시야 속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면 어릴 때와 다름없이 투명하게 빛나는 하늘색 눈동자. 어찌 된 영문인지 이제는 오른쪽 한 짝밖에 남지 않은 사파이어 귀걸이, 매달려 있는 가공된 보석의 빛은 도리어 죽어 눈에 띄지 않는다. 반지나 팔찌 같은 것들은 보이지 않고, 답답할 정도로 목 끝까지 단추 채운 셔츠 탓에 한 짝 남은 귀걸이 이외의 장신구는 일절 보이지 않는다.


이름
유리디스 P. 로보루스 / Eurydice Primrose Roborus

성별

혈통
순수혈통

키/몸무게
177cm / 63kg

기숙사
후플푸프

지팡이
사과나무 / 유니콘의 털 / 10인치
: 올리밴더 지팡이 가게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재료들을 사용해 만든 지팡이지만, 미스터 올리밴더가 아닌 별개의 지팡이 제작자에게 의뢰를 해 만든 개인 맞춤형 지팡이. 검은 옻칠이 되어 있어 매끄럽고 흠 없이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다. 지문이 잘 묻지 않는 재질로 몸체와 손잡이의 구분이 특별히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더 두꺼운 부분, 즉 손으로 잡는 부분의 지팡이 끝 부분에 둥글게 세공된 불투명한 하늘색 보석이 박혀 있다. 지팡이에 자리한 하늘색 보석은 터키석으로, 갓난아이일적 일찍이 사망한 친부가 남긴 유품들 중 하나라고 한다.

성격
[변하지 않을 천성] [다듬어진 선함] [고요한 불안] [침묵하는]

기타
  1. Roborus.
- 완벽한 순수혈통의 전승을 위해 가문 내 근친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리디스 로보루스의 양친도 또한 오누이 관계였으며, 그들의 양친이자 유리디스 로보루스의 조부모도 또한 오누이 관계였다.
- 그들의 극단적인 사상 외에도 가문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해 주는 것이 있다면 그들의 특출난 포션 제조 실력이다. 로보루스의 성씨를 온전히 이은 자들에게만 물려져 내려오는 마법약 제조법도 있다는 말이 떠돌기도 하며, 호그와트에서 사용되는 마법약 교재에 실려 있는 몇 마법약의 원 발명자들이 로보루스의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할 정도. 이름난 포션 마스터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들이 쌓은 부와 명예 중 7할 이상은 이로써 비롯되었다.
- 가문의 문장은 커다란 황금빛 장미를 가느다란 뱀 한 마리가 타고 올라가는 모양.
*
- 여전히 극렬할 정도의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드러내어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가주인 디아나 로보루스는 변동 없이 마법부의 위즌가모트에 소속된 의원이며, 최근의 흐름에 가세하여 순수혈통 우월주의 및 머글 혐오 사상들을 공적인 일들에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마법 사회에서의 사회적 위치: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표방하는 이들이 거센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로보루스 가문도 또한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다. 이전과 비교하여 적과 아군이 더더욱 뚜렷하게 나뉘어졌다.
- 1958년 여름, 디아나 로보루스는 영국 마법약 협회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이에 따른 논란을 발발한 바 있다. 논문명 '마법사의 교육 시기와 고등 마법약 제조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 머글 태생 마법사들의 늦은 교육 시기와 그들의 낮은 교육 성취도는 고등 마법약 제조에 있어 대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그에 따른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머글 태생 마법사들의 이른 마법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점과 그들의 근본적인 '마법 실력'의 불명확성에 근거를 두어, …… (중략) …… 결과적으로 고등 마법약 제조에 있어 포션 메이커의 혈통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 신문사 'The Uroborus'
- 1943년 창설, 소량의 신문을 제작하여 유동 인구가 많은 다이애건 앨리와 녹턴 앨리 혹은 호그스미드 등에 비주기적으로 다량의 신문을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 사설 신문사. 정식 신문이라기보다는 '찌라시'에 가까운 내용들을 많이 실어 크게 주목받은 적 없이 길거리 노숙자들의 얄팍한 이불로써 사용된 것이 다수였다. 순수혈통 우월주의 및 머글 혐오 사상에 기반한 기사들로, 머글에 대한 불신 및 적대감을 조정하거나 머글본 마법사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순수혈통 마법사들의 우월함을 전파하는 등의 내용들이 많다.
- 1959년 여름, 로보루스 가문의 가주이자 위즌가모트 의원인 디아나 로보루스가 해당 신문사에 대한 공식적인 스폰 사실을 알렸으며 '그들의 주된 관심사에 개인적인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의견과 함께 '사상에 기반하지 않는, 차별 없는 다양한 언론의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자선'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 디아나 로보루스가 신문사에 대한 공식적인 스폰 사실을 알린 것은 1959년이나 기자들의 정확한 이름, 신문사 사옥의 위치 등등 많은 것이 불명으로 밝혀진 'The Uroborus'가 어찌하여 약 16년동안 파산하지 않고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로보루스 가문의 이름-Roborus-, 신문사의 이름-Uroborus- 사이 명백한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에 의거해 본래 해당 신문사는 회사의 창설부터 디아나 로보루스의 손 아래 있었던 것이며 스폰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 것들을 포함해 밝혀진 모든 사항들이 기실 디아나 로보루스의 일인극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 Eurydice Primrose Roborus.
- 12월 15일 생. 사수자리, 탄생화는 서향Winter Daphne. 모친인 솔 로보루스가 바라지 않았기에 형제는 없다. 외동 아들.
- 이아스 로보루스Eos Roborus(장남)과 솔 로보루스Sol Roborus(삼녀) 사이에서 태어난 로보루스 가문의 정식 후계자. 유리디스의 나이가 두 살이 채 되지 않았을 적 친부인 이아스 로보루스가 지병으로 사망하였으며, 그 자리를 당시 차기 가주 후보였던 디아나 로보루스Diana Roborus(차남)이 물려받았다. 친부가 죽은 이후 그 자리를 디아나 로보루스가 모두 대체하고 있다. 즉, 현재 로보루스 가족의 구성원은 디아나 로보루스(父), 솔 로보루스(母), 유리디스 로보루스(子)로 총 세 명이다.
*
- 지난 학년들에 비해 부모님의 이야기 하는 것을 그닥 내켜 하지는 않는다. 부모님에게서의 편지는 주기적으로 오고 있으나, 유리디스 본인이 답장하는 빈도가 줄었다.
- 6학년 방학 중, 어떠한 연락에도 답장할 수 없어 방학 내내 모든 이들과의 연락이 단절되었다. 여느 방학들과 다름없이 창을 통해 편지가 도착하였으나 몸 상태가 지나치게 좋지 않아 답장이 불가능했으며 방학 끝무렵 조금 회복된 이후부터는 이러한 상태를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스스로 답장 보내지 않기를 선택했다.
- 6학년 방학 이후로부터, 앓고 있던 호흡기 질환의 강도가 더 강해졌다. 창백한 낯이 숨겨지지 않는다. 수면 중에도 잔기침을 할 정도. 집에서 보내 주었다는 약을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
- 어머니께 선물로 받았다던 사파이어 귀걸이는 오른쪽 귀에만. 나머지 한쪽 귀걸이의 행방을 물으면 짧게 대답한다. "잃어버렸어."
- 머글 혐오, 순수혈통 우월주의 등의 얘기에는 일절 첨언하지 않는다.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로 입을 닫는다.
7학년 직전, 엘리엇 루시페르 디그니타스와의 약혼이 파기되었다. 약혼 성사 때와 동일하게 파기에도 또한 유리디스의 의견은 개입되지 않았으며, 아버지에게 약혼 파기 소식을 전해들은 이후 당사자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은 것이 전부. 직후 덤스트랭 마법 학교에 재학 중인 얼굴 모를 먼 친척과의 결혼이 예정되었다. 

  3. Et cetera. 
- 애칭은 '유리'.
- 3학년 시절 이른 변성기를 거친 바 있다. 현재, 거칠지 않고 조금 낮은 듯 차분한 목소리가 안정적이다.
*
- 5학년 표준 마법사 시험 시 패스한 과목들은 다음과 같다. 마법약 (O), 변신술 (O), 마법 (A), 신비한 동물 돌보기 (E), 고대 룬문자 (A), 약초학 (E), 어둠의 마법 방어술 (A). 고난도 마법사 시험을 대비하여 듣고 있는 과목은 마법약, 변신술, 약초학.
- 마냥 무던한 낯으로 웃고 다니던 과거와는 달리 그 얼굴에 미소가 서리는 횟수가 조금 줄었다. 스스로는 예전과 다름없이 지내려고 노력하나, 그러기 위한 기력이 다소 부족한 듯 싶다.
-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다. 여전히 친절하고자 하며, 남을 도와주고 싶어 하나 자신의 손 닿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도울 수 있는 일에만 손을 뻗고, 다른 일들은 보지 않으려 한다.
- 입이 짧다. 예전보다도 먹는 양이 더 줄었다. 키에 비해 비교적 마른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 많이 먹는 것을 버거워한다.
- 6학년 방학 이후로부터, 고양이 '프림'은 더이상 호그와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유리디스의 망토에도 흰 고양이 털이 묻어나는 일이 더는 없다. 고양이의 행방을 묻는 이가 있다면 망설이다 웃으며 대답한다. 죽었어, 하고.
- N.E.W.T.를 치러야 할 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장래에 있어 그 성적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와 별개로 공부하는 도중 넋 놓고 깊은 생각에 빠지는 일이 잦아졌다.
- 잠이 길어졌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며, 아침에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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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택 안에서만 보내던 만으로 십일 년의 시간이 거짓말 같게도, 처음으로 발걸음을 내딛어 걷게 된 세계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더 넓어서 그 시절의 나는 모든 곳들 바라보는 일을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도 마법이 놀랍다거나 시작하게 된 공부들에 생경함을 느끼게 될 리는 없었으니 역설적으로 시선을 붙잡는 것은 그와 다른 것들이라, 예를 들면 이 넓은 세계 속 운명처럼 만나게 된 몇십 명의 친구들, 그들이 지내온 시간들과 각기 다른 관계들, 접할 기회조차 없었던 '머글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 다만 영영 가보지 않을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 밖의 사항이었으니 눈 앞에 자리한 존재들에 대하여 이유 없는 호감과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가령, 깃펜보다는 연필을 자주 쓰는 어린 친구들. 가령, 부엉이 우편에 대해 별다른 호기심을 갖는 아이들. 가령, 호기심 자극하는 수많은 종류의 마법 잉크에 대한 이야기에 새삼스럽게도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라든지.

  좁은 세상이 한순간에 넓어지고, 넓어진 세상에 낯선 얼굴들이 들어왔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으며, 같은 주제로 볼을 붉히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세상에 처음 발 내딛은 철 모르는 강아지처럼 이도 좋고 저도 좋아 마냥 순하고 수용적인 모습 보이는 사람이 되었건만 그래, 사람인 이상 그 시선은 마냥 고르게 분포되어 있을 수는 없었다. 매일 아침 잠에서 덜 깬 얼굴을 마주하는 기숙사 친구들은 특별하지. 그러니 프림도 다른 색 망토들보다 노란 망토들 입은 사람들을 더 따르는 것 아니겠어. 우연일지 운명일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 친구들은 또 어떻고?

 

  또, 또 말하자면. 처음 이 공간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같은 공간을 나누어 쓰며 고요한 밤 시간을 나누게 된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더욱 더.


  단 하나 확실히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경험 그 자체라, 순진하여 어리기만 했던 열한 살 어린 아이가 순식간에 커 버리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라 할 수도 없었다. 각기 다른 책임감과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마주하며 그것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망설임 없이 수많은 색들을 삼키고 소화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너희들의 자유로움이 부럽다. 때로는 너희들의 책임감이 존경스럽다.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조금 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높은 나무 가득한 숲에 둘러싸여 아늑한 그 저택은 여전히 충분히 사랑하고 있었지만, 사람 참 간사한 것이 한 번 겪은 일들을 쉽게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 이곳에 머무를 적 가족 이야기를 자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그리워한 적 없었건만, 너른 저택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면 나는 언제나 버릇처럼 노란 불빛 피어오르던 공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여름, 드물게 오고 가는 편지를 붙잡고 한참동안 답장을 고민했다는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고양이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버린 새벽, 스스로의 다리에 걷어차여 침대 저 아래 바닥에 떨어져버린 이불을 보며 문득 두 명 함께하던 방에서 함께 맞던 이른 아침의 일을 회상했다. 충만하게 가진 것에 만족하며 단 한 번도 부족함 느끼지 않았던 과거 자신의 모습이 거짓말 같게도 유난히도 낯선 스스로의 모습은 만족하지 못 하고 감히 외로워하던 욕심쟁이. 뭐 하고 지내? 보고싶다. 쓰다가도 빳빳한 새 편지지 차곡차곡 접어 버린 것도 한두 번 일이 아니었다. 부끄러우니 대고 드러낼 수는 없는 모습이었다만, 하여간 참 낯설 정도로 새로운 자신의 이면이었다. 처음 필요한 것은 친구라는 존재, 밋밋하게 단편적인 단어였지만 그 속에서 구체화되어 명확한 모습을 그리게 된 이상 그것은 더이상 단편에 머무를 수가 없다. 말하자면 눈 앞에서 불꽃 일며 퍼져 가는 시간, 손에 쥘 수 있는 욕심의 형체를 한 물질이었으며, 단단하게 묶여 버린 이름 없는 사슬과도 같았다. 너의 생각보다도 특별했으며, 나의 생각보다도 중요했다.


  나라는 존재는 사랑하는 부모님의 소유와도 같으니 그들의 말이라면 무엇 하나 거부하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되리라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 부르기에는 분류가 다르며, 다만 친구라고 정의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사람에게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변명과도 같은 이유는 붙일 필요 없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정답이니,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으니, 스스로의 마음에 한계와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다만, 한계라고 부를 것이 단 하나 있었다면.


"…응, 졸업할 때까지 내내 함께야."


  그 순간 문득, 자신의 한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새삼스레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것이 언제나 눈 앞에 있던 얄팍한 불투과 막과도 같은 것이 얼굴에 닿는 감각을 이제야 인식한 것이 전부였던 탓이다. 네가 문득 아래를 보아서 다행이다. 찰나, 낯설게도 굳어버린 얼굴을 빠르게 거두어낼 수 없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경계는 이제껏 생각하고 싶지 않아 무시해 온 현실이라, 보이지 않는 커튼을 걷어내듯 서둘러 네 손을 붙잡았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제서야 햇빛에 눈 녹아내리듯 어렴풋이 긴장한 표정을 풀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애써 우리 올해 함께 맞을 크리스마스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기숙사 휴게실에는 언제나와 같은 따뜻한 온기가 가득할 테고, 한참 늦잠을 잔 이후에 일어나 준비한 선물들에 둘러싸여, 테이블에 주인 없이 놓아져 있는 달콤한 사탕이라도 하나씩 입에 물고…….




* 공미포 203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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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두툼한 이불을 턱 아래까지 당겨와 덮는다. 방은 어둡고, 주변은 고요하고. 그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몸살과 병증에 대처하는 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머리 아프게 눈을 찌르는 불을 모조리 꺼 버리고, 폭신한 이불을 덮고, 조금은 날카로운 숨소리에 집중한 채 잠에 빠져들기만을 기다린다. 그 숨소리보다도 고요한 사람이 곁에 있었다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터였으나 유감스럽게도 조금 이른 저녁, 다른 이와 함께 쓰는 방에는 그 혼자 뿐이었기에 홀로 쓰기에는 조금 넓은 방 비어 있는 공간이 이유 없이 눈에 밟혔다.

  그러니 평소처럼 잠에 금방 빠져들 수 없었으며, 따뜻한 털뭉치 품에 안고 안정을 취해보려 하여도 고양이 프림은 기운 차게 저녁 산책 중인 터라 결국 이 넓은 방에는 혼자 뿐. 먼지 굴러다니는 듯 거친 숨소리 몇 번 이어지더니 마른 기침을 네 번 이어 뱉는다. 잠에 빠져들지 못 하여 머릿속을 기어다니는 것은 쓸데없는 사념 뿐이라 청색 빛 어둠 감도는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생각들에 쉽게도 몸을 맡긴다.


  좋아하는 스포츠도 직접 못 해, 이런저런 제약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허약한 몸 타고난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원망을 해 본 적은 없었으니 다만 때때로 의문이 드는 것은 낫지 않을 병을 앓다 결국 일찍 단명하고 말았다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들. 어머니는 평균적으로 건강하여 발갛게 달아오른 젊은 뺨이 언제나 사랑스러웠으니, 자신의 체질에 유전적인 영향이 있었다 가정한다면 그것은 결국 생물학적 아버지에게서 기인한 요소일 터였다. 두 살, 세 살? 기억도 나지 않던 어린 시절 보내버린 아버지의 얼굴은 학생 시절의 사진으로만 남아 있으니 그마저도 자기 자신의 기억이라 확신할 수 없다. 아버지를 '알고' 있다고 확언하여 말할 수는 없었건만, 이 형체 모를 그리움은 과연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아버지를 그리워해도 되는지,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감히 말해도 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의문이 들 뿐이다.

  사랑과 관심의 시작은 작은 궁금증 피어오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 적어도 그 시작만큼은 옳을 터였다. 아버지, 당신도 이런 불편하고 거슬리는 병을 앓았는지. 입 열지 않은 채 아픔에 대한 말들은 속으로 삭혀 홀로 참는 것을 선택하였으나 그것도 또한 언제나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기에, 아버지 당신이 앓아 죽기까지 한 병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당신을 단 한 번도 기억하지 못 한 내가, 당신의 병을 닮아갈 것을 알고 있었는지. 만약 당신의 병이 나보다 심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당신은 그 고통을 어떻게 참고 감내했는지.


  …고작 이런 단편적인 의문들,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배려가 부족하다. 건조해 마른 눈꺼풀을 끔벅이며 그를 사랑한다는 근거를 감히 찾으려 했던 자신을 질책한다. 하지만 이 형체 없는 그리움을 끝내기 위해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아주 먼 미래 죽음이라는 영원이 찾아온 이후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 기억조차 못 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지고도 가지지 못 한 하나를 욕심내는 자신이, 그 얼마나 오만하고도 이기적인 사람인지. …….

  끝없이 꼬리를 물어가는 사념을 또다른 기침 소리가 멈추었다. 정자세로 누워 있던 몸을 모로 돌리고 웅크려 다리를 모아 잡는다. 청색 사념은 스스로를 갉아 먹을 뿐이다. 되새기며 눈을 감는다. 잠을 자자, 잠을 자자. 꿈도 없는 편안한 잠을. 죽은 것처럼 잠에 빠져들면, 어쩌면. 어쩌면, …꿈에서라도. 



* 공미포 1267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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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필요하지 않니. "


두상

전신

(@cm_nepp님의 커미션입니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검은 망토 곳곳에는 고양이 프림의 흰 털이 듬성듬성 묻어 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 키 덕에 사춘기 지난 만 열넷의 나이, 아직은 한참 이른 성숙함이 어렴풋이 깃들어 있다만 남자답게 잘생겼다기보다는 도리어 곱고 섬세한 인상을 하고 있기에 예쁘장한 편에 가깝다고 말할 법 하다. 옷자락 흐르는 사이사이 뼈대가 두드러질 정도로 마른 체형. 고생 하나 하지 않아 여전히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는 희고 창백하다만 버릇처럼 짓고 있는 미소 탓에 인상이 마냥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머리가 꽤나 길었다. 날개뼈를 반절 정도 덮는 길이의 중단발, 결 좋은 가는 머리카락이 두드러지며 앞머리는 상당히 길어 눈을 자주 가린다. 3학년 재학 도중, 생일 선물로 받은 기다란 금색 체인의 귀걸이를 빼놓지 않고 하고 다닌다. 귀걸이 중간 부분 자리해 있는 보석은 잘 세공된 투명도 높은 사파이어로 그 눈동자화 꼭 같은 빛을 띠고 있었다. 두어 개 풀어 헤친 와이셔츠 아래에는 1학년 방학 전 함께 맞추었던 알이 큰 기숙사 단체 목걸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게 화려해 조금 부담된다며 언제나 셔츠 아래에 넣어두고 다니지만 보관만을 해 두어 상자 안의 잡동사니로 만들어 두는 일은 없었다. 


이름
유리디스 P. 로보루스 / Eurydice Primrose Roborus

성별

혈통
순수혈통

키/몸무게
163cm / 50kg

기숙사
후플푸프

지팡이
사과나무 / 유니콘의 털 / 10인치
: 올리밴더 지팡이 가게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재료들을 사용해 만든 지팡이지만, 미스터 올리밴더가 아닌 별개의 지팡이 제작자에게 의뢰를 해 만든 개인 맞춤형 지팡이. 검은 옻칠이 되어 있어 매끄럽고 흠 없이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다. 지문이 잘 묻지 않는 재질로 몸체와 손잡이의 구분이 특별히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더 두꺼운 부분, 즉 손으로 잡는 부분의 지팡이 끝 부분에 둥글게 세공된 불투명한 하늘색 보석이 박혀 있다. 지팡이에 자리한 하늘색 보석은 터키석으로, 갓난아이일적 일찍이 사망한 친부가 남긴 유품들 중 하나라고 한다.

성격
[천성적 다정함] [다듬어진 온화함] [꾸준한 노력가] [사랑을 아는]

기타
  1. Roborus.
- 그 누구보다도 두드러지게, 극렬할 정도의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가문이다. 1957년 현재 마법부, 위즌가모트에 소속되어 있는 로보루스 가문의 현 가주인 디아나 로보루스가 완벽히 해당 사상을 찬성하며 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마법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 그의 고모이자, 유리디스 로보루스의 고모할머니 아키스 로보루스Acis Roborus는 머글 및 머글본 마법사 살해 죄로 체포되어 아즈카반에 투옥되어 수감 생활을 한 바 있다.
- 완벽한 순수혈통의 전승을 위해 가문 내 근친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리디스 로보루스의 양친도 또한 오누이 관계였으며, 그들의 양친이자 유리디스 로보루스의 조부모도 또한 오누이 관계였다.
- 그들의 극단적인 사상 외에도 가문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해 주는 것이 있다면 그들의 특출난 포션 제조 실력이다. 로보루스의 성씨를 온전히 이은 자들에게만 물려져 내려오는 마법약 제조법도 있다는 말이 떠돌기도 하며, 호그와트에서 사용되는 마법약 교재에 실려 있는 몇 마법약의 원 발명자들이 로보루스의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할 정도. 이름난 포션 마스터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들이 쌓은 부와 명예 중 7할 이상은 이로써 비롯되었다.
- 마법 사회에서의 사회적 위치: 순수혈통의 피에 가치를 두는 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우위로 여길 법 하다. 하지만 그러한 가치에 무게를 두지 않는 이라면 도리어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다수이며,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지지함에 있어 적과 아군이 뚜렷하게 나뉜다. 그와는 별개로 포션 제조로 얻은 부는 평균 그 이상이다. 망해도 3대는 먹고 사는 재력.
- 아이들의 이름을 반대되는 성별의 이름으로 짓는 것이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불결한 기운을 거짓된 성별로 속여 물리치기 위한다는 이유에 전통이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 자녀들을 호그와트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시키는 일이 잦았다. 본인의 요청에 따라서만 학교로의 진학을 선택하는 듯, 유리디스의 두 명의 아버지는 모두 슬리데린 기숙사 출신이었으며 어머니는 홈스쿨링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 가문의 문장은 커다란 황금빛 장미를 가느다란 뱀 한 마리가 타고 올라가는 모양.

  2. Eurydice Primrose Roborus.
- 12월 15일 생. 사수자리, 탄생화는 서향Winter Daphne. 모친인 솔 로보루스가 바라지 않았기에 형제는 없다. 외동 아들.
- 어머니의 치마폭에 싸여 자라났다. 평균 이상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머니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마마보이는 아니다. 양친과의 사이가 각별하다.
- 이아스 로보루스Eos Roborus(장남)과 솔 로보루스Sol Roborus(삼녀) 사이에서 태어난 로보루스 가문의 정식 후계자. 유리디스의 나이가 두 살이 채 되지 않았을 적 친부인 이아스 로보루스가 지병으로 사망하였으며, 그 자리를 당시 차기 가주 후보였던 디아나 로보루스Diana Roborus(차남)이 물려받았다. 친부가 죽은 이후 그 자리를 디아나 로보루스가 모두 대체하고 있다. 즉, 현재 로보루스 가족의 구성원은 디아나 로보루스(父), 솔 로보루스(母), 유리디스 로보루스(子)로 총 세 명이다.
- 자신을 사랑하여 그 사랑을 남기고 죽은 친부, 엄격하지만 마땅한 사랑을 주는 양부, 다정하고 쾌활한 어머니와, 사랑스러운 대모님까지. 태어나 단 한 번도 외로움을 느낀 적 없으며 부족함 또한 느낀 적 없이 살아왔다. 충만한 11년은 헛되지 않았으며 받은 사랑만큼 남에게 그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났다. 자신감에 차 있되 오만하지 않으며 당당하면서도 타인을 아낄 줄 알았다. 사교적이고 사려 깊다. 어머니를 닮은 이러한 성향은, 따지자면 타고난 것과 같다.
*
- 약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최근 몸상태가 평소보다 더 좋지 않다. 최대한 야외 활동 및 무리하는 일을 줄이고는 있으나 예고 없이 비주기적으로 몸살을 앓는다. 스스로 감내할 뿐, 몸상태에 있어 특별히 이를 어필하거나 관심을 바라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 사파이어 금 체인 귀걸이는 3학년 생일 중, 어머니에게 받은 선물. 3학년 도중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난 이후 귀를 뚫고 돌아왔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달고 다닌다.
- 가문에 만연한 머글 혐오 태세와 순수혈통 우월주의에 대해서는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아버지가 지지하고자 하는 바와, 마법 사회에서의 체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 '잡종' 단어의 모욕성을 온전히 파악하지도 못 했던 어린 시절보다는 비교적 이래저래 성숙해진 편.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대두되면 그저 입을 다물 뿐이다. 
- 3학년 이후의 여름방학, 슬리데린 기숙사의 '엘리엇 L. 디그니타스'와 약혼 관계를 맺게 된다. 상호 합의가 우선된 것이 아닌, 아버지 디아나의 엘리엇을 향한 청으로 인해 이루어진 약혼에 가까우나 이러한 아버지의 명령에 가까운 요청에 대해 유리디스 본인은 아무런 유감도 느끼지 않고 있다. 도리어, 언젠간 맺게 되었을 관계였으니 자신이 조금이나마 알고 있으며 좋은 감정을 가진 이와 손을 잡게 된 것을 상당히 기껍게 여기고 있다.

  3. Et cetera. 
- 애칭은 '유리'.
- 입이 짧다. 특별히 편식하는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나 금방 질리고 배가 빨리 차 일정량 이상의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리디스에게 있어 '일정량'이란 평균의 6할 정도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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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입학했을 즈음, 마냥 아이 같았던 모습에서는 졸업한지 오래. 의식적으로라도 침착한 태도를 고수하려 한다. 상당히 차분해졌으나 기저에 깔린 다정함과 세심함은 변하지 않았다.
- 3학년 시절 이른 변성기를 거친 바 있다. 현재, 거칠지 않고 조금 낮은 듯 차분한 목소리가 안정적이다.
- 기침이 잦다. 목 관리에 신경쓴다.
- 여전히 오지랖이 넓다. 다만 자신만의 만족에 의해 타인을 도와주려는 일방적인 친절은 이제 스스로도 바라지 않는다. 버릇에 가까운 친절. 특별한 감상은 없다.
- 여전히 퀴디치는 좋아한다. 어머니의 염려와, 스스로의 몸상태 등을 고려해 기숙사 대표 퀴디치 선수 지망은 애초 하지도 않았다.
- '마법의 약', 그리고 '변신술' 과목에 있어 평균 이상으로 두드러지는 성취도를 보인다.
- 새끼 고양이였던 '프림'은 이제 완전한 성인 고양이가 다 되었다. 주인을 닮아 외출을 자주 즐기지는 않으며, 유리디스의 기숙사 방 침대 위에서 늘어져 낮잠을 자는 것이 대체적인 하루의 일과.

Like: 프림을 포함한 동물들, 봄과 가을, 티 타임, 가족들과 친구들, 사람, 천문탑 위에서 보는 밤하늘.
Dislike: 더러운 장소, 추운 겨울, 느끼한 음식, 싸움과 분란, 미움 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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